제목 | “길은 어디에?” - 5.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 |||
---|---|---|---|---|
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5-20 | 조회수44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2011.5.20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사도13,26-33 요한14,1-6
“길은 어디에?”
길을 찾는 사람이요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구도자(求道者)입니다.
길을 찾지 못해, 길이 막혀, 길을 잃어 방황이요 절망입니다. 길이 상징하는바 삶의 방향, 삶의 목표, 삶의 의미입니다. 보이는 길 넘어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 사람입니다. 보이는 길눈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마음의 길눈도 좋아야 합니다.
오늘은 ‘길(道)’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예도(藝道), 법도(法道), 기도(棋道), 다도(茶道), 인도(人道), 주도(酒道) 등 길 ‘도(道)’ 자가 들어가는 말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요한복음의 ‘말씀’이란 말이 중국어 성경에서는 ‘도(道)’로 번역되어 사용합니다. 길 중의 길이신, 하느님께 이르는 왕도(王道)가 예수님이십니다. 예전 신학교 시절 후배의 방을 방문했을 때 방벽에 붙어있는 왕도란 글자를 보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왕도(王道) 보다 더 좋고 높은 길이 주도(主道)입니다. ‘왕(王)’ 자위에 점 하나 붙이면 ‘주(主)’ 자가 되어 주도(主道)입니다.”
후배도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듯 깊이 공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주님의 길인 주도를 통해 하느님께 이릅니다. 묵상 중 퍼뜩 떠오른 말마디가 ‘길은 어디에?’이며 바로 오늘 강론의 제목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지금 여기에’입니다. 지금 여기서 눈만 열리면 하느님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주님의 길을 발견합니다. 이 길만 찾으면 삽니다. 다른 보이는 길도 줄줄이 열립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길이라고 다 생명의 길이 아닙니다. 아름답게 포장된 죽음의 길도 많습니다. 길이라도 다 진리의 길이 아닙니다. 미사여구로 포장된 거짓의 길도 많습니다. 생명과 진리이신 하느님께 이르는 생명의 길, 진리의 길은 오직 하나 예수님뿐입니다. 이 길을 발견하여 이 길 따라 하느님을 향해 갈 때 구원이요 영원한 생명입니다. 누구나 마음의 눈 만 열리면 지금 여기서 발견되는 주님의 길입니다. 길을 찾는 제자들에게 당신 친히 길임을 알려주신 고마운 주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고별담화입니다.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아버지를 믿고 주님을 믿을 때, 믿음의 눈이 열릴 때 지금 여기서 발견되는 주님의 길이요, 바로 여기 공동체가 아버지의 집임을 깨닫습니다.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이 상징하는바 언젠가 살게 될 천상 아버지의 집입니다. 하여 거처할 곳이 많은 여기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을 무수히 찾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찾아, 또 주님의 길을 찾아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세고에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충고나 조언이 아니라 위안과 평화입니다.
얼마 전 모임 시 아빠스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위안을 주는 것은 관상의 기준입니다. 정말 관상적인 공동체는 위안을 주는 공동체입니다. 또 형제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주는 공동체가 좋은 관상공동체입니다.”
요지의 말씀인데 이런 공동체라면 지상에서의 ‘아버지의 집’ 공동체라 할 만 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기쁨에 넘쳐 설교하는 사도 바오로, 청중들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쳐줍니다. 주님의 길을 발견하여 그 길 따라 갈 때 넘치는 기쁨이요 위로와 평화입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이 구원의 말씀이 바로 우리에게 파견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우리에게 생명이자 진리이신 아버지께 이르는 길을 열어주신 주님이시요, 바로 이게 기쁜 소식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삶의 이정표와도 같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새날, 새 생명을 선사하시고 새 길을 열어주십니다.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