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월 21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
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5-21 | 조회수612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5월 21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요한 14장 7-14절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수도생활을 하다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일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친인척들과 자주 못 만나게 되다보니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도리’를 잘 못하고 삽니다. 사촌, 오촌이면 정말 가까운 관계인데, 사촌 조카가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오촌 아저씨가 그럭저럭 먹고는 사는지, 사는 게 힘겨운지, 도통 알지를 못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언젠가 명절 때 잠깐 집에 들렀을 때 생긴 작은 해프닝입니다. 명절이라고 누군가 인사차 찾아오셨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니,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니 살짝 촌수가 먼 친척 형님이었습니다. 반가운 나머지 큰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형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그 순간, 주변 분위기가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형님 얼굴도 꽤나 난감한 얼굴로 변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제게 살짝 귀띔을 해주셨습니다.
“야야, 형님이 아니라 아제다 아제!”
그 순간 얼마나 송구스럽고 창피하던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저씨뻘인 분께 형님이라고 했으니, 당사자가 얼마나 기분이 꿀꿀했겠습니까? 정말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저는 머리를 몇 번이고 조아리며 백배 사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필립보는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육화강생하신 하느님이신 예수님, 필립보는 그분의 제자로 3년 가까이 동고동락했습니다. 매일 예수님과 함께 같은 식탁에 앉았습니다. 매일 이 고을 저 고을 함께 다니며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표징과 기적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매일 한 두 시간씩 예수님의 명강의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셨다. 나는 그분의 아들이자 분신, 더 나아가 그분과 동일한 존재, 동격, 그분 자체이다. 하느님 아버지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신다. 결국 그분과 나는 완벽한 몸이자 하나이다. 나를 보았으면 하느님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러나 필립보가 예수님께 청하는 꼴을 한번 보십시오. 아주 가∼관입니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토록 차근차근 알아듣기 쉽게, 수백 번 수천 번도 더 설명했건만, 한다는 말이, 뭐?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고?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예수님 외에 더 이상 다른 진리, 더 이상 다른 신앙의 대상, 더 이상 다른 목표, 더 이상 다른 이정표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종결자 중의 종결자이십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오랜 구약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새 세상이 열렸습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죄와 죽음의 나라는 문을 닫게 되었고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나라가 개국되었습니다.
우리의 시선, 더 이상 다른 곳을 향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 안에 생명의 길이 있습니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 아버지가 계십니다.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구원과 천국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