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제가 졌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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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일봉 | 작성일2011-05-21 | 조회수1,265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경향잡지 2009년12월호 와 참소중한 당신 2011년6월/7월호에 실린 내용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님! 제가 졌습니다.
인천교구 박촌동성당 조 일 봉 라우렌시오
20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주님 안에서 당당하게 펼치겠다던 나의 희망찬 꿈은, 전역한지 채 5년이 되지 않아 상상이 안될 만큼 힘들고 비참한 신세로 추락했다. 전역 후 지난 5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내가 바로 분수를 모르는, 교만한 파라오’였다. 군 생활을 마칠 때까지 난 3남2녀 중에 막내지만 칠순 노모를 임종 때까지 모셨고, 집 안의 대소사에서 항상 장남의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주일은 물론 평일 미사도 거의 빠짐없이 다니는 당당한 신앙인이기에 주님께서는 당연히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축복해 주시리라 믿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연속된 재앙은 나를 놀리며 조롱했다. 나는 전역하면서 처음 거처할 곳조차 가족들과의 상의도 없이 방 2칸짜리 지하 전세방을 얻었다. 가족들에 대한 배려는 나에게 사치였다. 그러나 그 전셋집은 경매로 팔려 전세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첫 재앙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재앙은 먼 외가조카가 건축업을 하는데 좋은 조건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기에 믿고 맡겼는데, 수개월 만에 부도내고 구속되어 주택은커녕 영치금만 보내야했다. 세 번째 재앙은 큰형의 막내아들인 조카가 대출 받는데 담보가 필요하다기에 허락했더니, 납품업체가 부도나면서 연쇄도산으로 쓰러져 주택과 전답이 날아가 버렸다. 이 외에도 온갖 놀라운 재앙이 따랐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고집스런 파라오를 자처했다.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재앙은,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진 사업체가 급속히 번창하면서 예고되고 있었다. 강남 요지에 백 평이 넘는 사무실을 2개나 가지고, 지방에 지사를 갖춘 건강식품 판매업체의 사장으로 자리매김 하면서,100여명의 판매 사원에 월 판매고가 수억이 넘어가 월수입이 20여년 군 생활 동안 모은 돈보다 많았다. 이제 당당하게 성공한 군 출신 판매 사업가로의 등장이 목전에 오는 듯 했다. 고무된 나는 수천만 원을 들여 전 사원과 함께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예비로 비축해 두어야 할 여유 자금도 아낌없이 판매사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투자했다. 멋진 사장, 때 뭇지 않은 군 출신 판매사장으로 회자되며 잠시 우쭐대는 사이에 내부 판매 조직 간에 갈등이 생기고, 한 간부의 계획된 농간으로 수십 명의 간부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결국 사사로운 이 일로 나까지 구속되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확실하게 검증된 건강식품을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를 속여서 판매했다고 몰아 부치니, 대명천지에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당시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지만 전직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서야 “ 추악한 죄인”이라는 오명에서 운(?) 좋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이 한 달 동안의 구속사건은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현실로 돌아왔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 어이없는 일로 순식간에 전 재산을 탕진한 후에도 수차에 걸친 재기의 노력을 시도했다. 그러나 철저하게 예고된 재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최악의 상태에서 여러 가지 난감한 문제로 방황하고 고민할 때, 사랑하는 나의 큰 딸이 그동안 참고 미루어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 아빠, 이제 우리가 이만큼 성장했으니, 우리 문제는 걱정하시지 말고 아빠 혼자만이라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셨으면 해요” 이 한마디에 내 눈에서는 참회의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오랜만에 감실을 찾았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에제 36.26- 아멘. 아칸의 범죄는 필연적으로 아이성 전투에서 패배한다. 주님께서 함께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주님, 제가 감히 당신이 명령한 계약을 어기고, 제 능력으로 돈만 벌면 당신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어리석은 교만을 부렸습니다. 당신의 뜻을 먼저 구하고, 저의 십자가를 지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객기를 부렸습니다. 주님, 제가 바로 아칸이요, 그 고집스러운 파라오입니다. 주님, 이 불경스러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제가 졌습니다. 그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긴 어둠의 터널 사이로 화사하고 따스운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금은 불로 단련되고, 주님의 맞갖은 이들은 비천의 도가니에서 단련 된다”-집회2.5- 나는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그날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서울생활)을 건너, 인천의 십정동에서 새 삶을 시작하였다. 주님께 항복은 했지만 모든 환경과 조건이 달라진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진통을 요구했다. 우선 9일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지향은 “주님, 이제 제가 무었을 어떻게 해야만 합니까?”였다. 정말 아무 방향 감각이 없었다 . 미리내성지와 베티성지, 그리고 절두산성지를 찾아 주님 응답을 기다리며 홀로 몸부림치고 울부짖었다. 68Kg였던 몸무게는 55Kg로 줄고, 몇 차례 극심한 진통으로 위 .아래 이는 반 이상 빠지고, 참다못해 구급차에 실려 진단을 받으니, 당료에 위염, 지방간 등 전체적으로 너무 허약하다는 것이다. 몸은 다시 시작한 레지오 회합 1시간을 견디기 힘든 상태였지만, 주님 응답이 없는 것 이외에 예전처럼 불안하거나 근심걱정은 없었다. 이것이 주님께서 주시려는 응답의 징표라 여기며, 주.야 가리지 않고 성서를 읽고, 쓰며 야곱처럼 떼를 썼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응답 대신에 어느 날 나를 찾아 온 정말 너무 지독한 통증과 더불어 완전히 당신 모습을 감추어버리셨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점점 더 진통이 심해져 나는 하느님도, 예수님도, 그리고 성모님도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처음 느끼는 지독한 몇 시간의 진통과 사투를 벌였다. 응급실에 실려가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는 별 이상 없으니 입원할 필요도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단을 내렸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원인을 알 수 없는 진통이 계속되다, 첫 9일 기도가 끝나는 날 새벽녘에 꿈에서 깜짝 놀라 깨어 시계를 보니 3시였다. 형체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너무도 음성이 웅장하고, 명확했다. “생명의 집 !”, “ 회개!, 감사!”, 이는 분명 살아 현존하시는 주님의 음성이셨다. 나는 감실을 찾았다. 성서가 펴져 있었다. “ 내가 너를 구원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야 43.1- -아멘- 주님의 말씀, ‘생명의 집’으로의 초대에 이번에는 내가 응답할 차례다. 주님 ! 제가 회개의 징표로 우선 저에게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해를 준 모든 사람을 용서하겠습니다. 받을 빚 문서를 무조건 먼저 완전히 소각하겠습니다.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다음은 제가 신통치도 않은 머리로만 살려했는데, 당신께서 시켜만 주신다면 몸으로 하는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이후 일용 잡부 새벽 일로 난생 처음 일당 6만원을 받아 너무 감사하고 스스로 기특하여 고스란히 주님 대전에 바쳐 드렸더니 정확하게 일곱 차례만 허락하셨다. 감사하게도 주님께서는 나에게 노점상 3개월, 식당 배달 6개월, 성당의 경비원 8개월을 당당히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건강과 더불어, ‘빛과 힘’도 덤으로 주셨다. 폭포수처럼 쏟아 주시는 주님 자비의 은총으로, “고통과 시련은 더 큰 주님 축복의 예표”라며 나를 격려하던 큰 딸은, 성직자 집안에 헌혈을 60여 차례나 한 신실한 신랑을 맞아, 두 아들을 둔 사랑받는 장손 며느리가 되었다. 작은 딸은 장학생으로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사회의 약자를 돕는 학자가 되겠다며 대학원에 진학했고, 파경위기를 헌신적 사랑과 믿음으로 오히려 성가정으로 이끈 사랑하는 아내, 리디아는 가톨릭 신학원에 입교하여 선교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는 과분하게도 나의 처지를 눈여겨보셨던 신부님께서 신설 본당에 부임하시면서 , ‘생명의 집’을 관리하는 사무장으로 불러주셔서 많은 신자들의 사랑 속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고 있다. 참으로 살아 현존하시는 자비로우신 주님 ! 죄인 중에 죄인인 저에게 베풀어 주신 당신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영원히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 멘-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 분께서 몸소 해 주시리라.” -시편 3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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