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의 성사(聖事)" - 5.2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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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5-21 | 조회수341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2011.5.21 부활 제4주간 토요일 사도13,44-52 요한14,7-14
"하느님의 성사(聖事)"
부활시기 4주간 아침기도 세 번째 후렴이 존재의 위계질서를 잘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너희의 것이고,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우리들, 그리고 그리스도와 하느님이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궁극의 원인이자 목표인 하느님을 향해 귀결되는 존재의 위계질서입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와 하느님을 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오늘 ‘하느님의 성사’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이 묵상 중 포착된 위의 말씀입니다. 교회의 7성사만 아니라 하느님과의 만남의 매개가 되는 예수님은 물론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모든 사람들이, 또 하느님의 피조물이 모두가 하느님의 성사입니다. 그러나 다 똑같은 성사가 아니라 성사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원성사인 예수님이 으뜸 성사이고 다음은 사람들이요 다음은 피조물입니다.
하느님의 성사인 형제들을 통해 만나는 예수님이요 예수님을 통해 만나는 하느님입니다. 바로 이게 공동체의 신비이자 공동체의 원리입니다. 형제들을 통하지 않고 예수님을, 하느님을 만나는 길은 없습니다. 아무리 자연만물과 친교를 나눈다 해도 형제들과의 친교 없이 예수님을, 하느님을 실감 있게 만나는 데는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성사의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보면 이해가 분명해집니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필립보의 물음에 대한 다음 주님의 답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십년 이상을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과 함께 살았는데, 또 아버지와 주님은 하나로 주님을 뵙는 것이 아버지를 뵙는 것인데 뜬금없이 무슨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말이냐는 질책이 담겨있는 말씀입니다.
‘보라,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확약하신 부활하신 주님께서 하느님의 원성사로 늘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고 이 주님과의 만남이 그대로 하느님과의 만남입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하느님과 당신이 하나임을 믿으라고 유독 강조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이 하느님과 예수님의 일치를 강조하는 반면, 독서는 주님과 제자들의 일치를 강조합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이 하나임을 믿을 때 우리 역시 주님과 일치로 곧장 아버지와의 일치에 이릅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그대로 오늘 사도행전에서 주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는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통해 그대로 입증됩니다.
주님을 믿어 주님과 하나 되어 삶으로 기쁨과 성령이 충만한 두 사도들은 그대로 주님의 일을, 오히려 주님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님의 말씀은 들불처럼 번지고 교회공동체는 놀랍게 성장합니다.
“다른 민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주님의 말씀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생명을 얻도록 정해진 사람들은 모두 믿게 되었다.”
우리 수도공동체 역시 현재 10명의 작은 소공동체이지만 수도권에서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는지요. 무수한 이들의 주님의 평화와 위로를 찾아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을 찾습니다. 바로 우리가 주님과 하나 되어 살기에 일어나는 하느님의 기적들입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시도록 하겠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
주님과 하나 되어 주님의 이름으로 청할 때 우리의 모든 기도를 응답해 주시겠다는, 아버지와 하나 된 주 예수님의 확신에 넘치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중 주 예수님을 통해 아버지를 뵙고, 아버지와 하나 됨으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아갑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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