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완벽한 상호내주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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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5-25 | 조회수678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완벽한 상호내주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주님과 나의 상호내주(相互內住). 이것처럼 완벽한 일치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황홀합니다.
함께 길을 가고, 함께 있는 것도 참으로 좋습니다. “주님과 함께 길을 걸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입니다. 손에 손 맞잡고 산과 들을 지나 친구가 되어 걸어갑니다.” 그래서 이 성가를 부르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푸근해집니다.
그러나 상호내주는 더 이상 “함께”가 아니고 “하나”입니다. “함께”도 대단한 사랑이지만 “하나”는 완전한 자기무화의 완벽한 사랑입니다.
내가 나로서 있지 않고 그분의 나로서 있으니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열매를 맺고 내가 하는 것은 모두 내 뜻대로 됩니다. 왜냐면 그분의 뜻이 내 뜻이고 그래서 사실은 그분 뜻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그분 없이 무엇을 할 수 있고 그분 없이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듯이 무엇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떠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아주 명백합니다. 고기가 물을 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헐떡이고 퍼덕이다 죽는 것 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헐떡이고 퍼덕이는 것도 무엇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몸부림일 뿐이며,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 가지고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제 방에 화분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의 몇 개는 인간으로 치면 버림 받고 상처 받은 화분들입니다. 이 화분들도 분명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들이지만 지금은 사느냐 죽는냐의 기로에 있습니다. 꽃과 열매는 지금 생각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화분들이 싱싱한 이파리로 왕성하게 광합성 작용을 하는데 이 화분들은 오히려 햇빛에 이파리들이 말라 비틀어져 가고, 그래서 얼른 새 잎을 틔워야만 살 수 있습니다.
이 화분들을 보면서 저는 저를 돌아봅니다. 나는 하느님 안에서 생명을 누리고 열매를 맺는지, 아니면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지, 그것도 아닌,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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