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한 '영성상담' 홍성남 신부
속 썩이는 남편 왜 데리고 사나 독특한 해결방법에 팬 넘쳐… "화내다 보면 근본적 원인은 자신이라는 것 알게 돼…내 상담은 마음의 근육운동"
"화내고, 미워하고, 울어버리세요. 너무 착하게 살려고 하면 마음에 병나요."천주교 서울 가좌동성당 홍성남(57) 마태오 신부는 '아 어쩌나 신부님'으로 통한다. 가톨릭 '평화신문'에 매주 연재해온 영성(靈性)상담 칼럼 제목이 '아, 어쩌나'다. 얼마 전 100회를 넘어섰다. 영성상담 인터넷 카페 회원은 4000명이 넘고, 상담사례를 엮어 작년 말 펴낸 책 '벗어야 산다'(아니무스)는 4만권 넘게 팔렸다. 가톨릭상담심리대학원 석사학위도 갖고 있는 신부는 한 달에 한 번 가좌동성당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한다.
홍 신부의 상담법은 독특하다. 남편이 속 썩인다는 아내에겐 "그런 남편 왜 데리고 사느냐"고 되묻는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나빠 괴롭다는 며느리에겐 "시어머니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할 말 못할 말 다해보라"고 한다. 아들이 걱정이라는 70대 할머니에겐 "쉰 넘은 아들 걱정 말고 이젠 당신 삶을 사시라"고 조언한다. "천주교 신자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인 경우가 많아요. '다 내 탓이오' 하면서 속병이 들었는데 성당에서도 '참고 살라'고 하니 우울증에 걸리는 거예요."
- ▲ 홍성남 신부는“자기 마음속에 만든 관념의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일단 그 밖으로 탈출시키는 게 중요하다”며“무조건 참고 사랑하라고 윽박지르지 않고, 신자들의 마음 수준에 맞게 신앙생활을 인도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홍 신부는 "좋은 감정뿐 아니라 분노나 미움도 발달시켜야 한다. 그런 자기 방어기제가 없으면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지배당하게 된다"고도 했다. '오른 뺨을 맞으면 왼뺨도 대주라'는 게 성경 말씀인데 이게 무슨 소린가.
그는 "신앙에도 병든 단계, 건강한 단계, 거룩한 단계가 있는데, 마음 병이 든 신앙인에게 갑자기 거룩한 수준을 요구하면 정신적인 간극이 벌어진 만큼 문제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병든 신앙인은 또 상담자가 하소연을 들어주다 보면 응석받이가 되기 쉽다. 그래서 잘못된 게 뭔지 정확히 짚고 싫은 소리도 해서 자기 발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거다. 신문 칼럼이나 방송 상담 같은 경우 꾸준히 장기간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가둔 새장 밖으로 걸어나오도록 하는 '충격요법'이 더 중요해진다.
"예수님은 병들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구하면 얻으리라'고 치유의 말을 하지만, 제자들에게는 '다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다른 레벨의 요구를 하셨어요. 높고 험한 산을 오르려면 다리 근력부터 키워야 하듯, 마음이 약한 사람은 마음근육 운동부터 해야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돌려 대는' 단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홍 신부는 다음으로 낼 책 제목을 '새장 밖으로'라고 정했다. 그는 "분노를 터뜨리고 나면 실은 내가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는 것, 분노의 근본적 원인은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며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것이 정말 부당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관념의 새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분노는 죄라고 하는 관념도 감옥이고, 화를 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 감옥은 사라진다. 분노, 질투, 미움 모두 병들고 불완전한 인간에게는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성당은 수도원일 뿐만 아니라 마음 병을 고치는 병원이에요. 마음속에 감옥을 만들면 교회가 재판정이 됩니다. 교회는 단죄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과 만나 편안히 쉬러 오는 곳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