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걸인 이야기 (beggar)
작성자김창훈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26 조회수555 추천수8 반대(0) 신고

                                                                 ( 소매몰도 전경.) 
 
걸인이야기.
어릴 때 고향바닷가 해변한쪽에 가마니로 움막을 치고 살던 걸인이 한분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걸인은 밥을 달라는 소리도 그 무슨 말도 하지 않고
검정 숯처럼 새까맣게 된 얼굴에 누른 치아 맨살이 다 보이는 찢어진 옷
눈만 깜빡이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끔은 누구를 부르면서 혼자서 울기도 하고.
매일 같이 해변에 음식을 주워 먹습니다 아이들은 걸인에게 놀리고 돌멩이 던지고
욕설하며 그렇게 무시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걸인은 그림을 참 잘 그렸습니다.
불에 타고 남은 나무 숯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도 잘 그려서
그 때부터 마을 동네어른들은 살며시 음식과 연필과 신문종이 노트를 움막 앞에 두고
곧바로 도망 처 나오고 합니다. 무서워서요.
 
아이들이 걸인을 놀리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혼내기도 합니다.
서울에 온지 몇 년이 지나서 고향을 찾아갔어. 뒷동산에 올라서 바다해변을 바라보다가
옆에 이상한 묘지가 있어 마을로 내려왔어 누구의 묘지냐고 물어보니
그 걸인의 묘지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숙연해지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고향을 찾을 때가 성인이 됐을 때입니다
모처럼 뻐꾹새 종달새 울던 고향 뒷동산을 가보았습니다
분명 걸인의 묘지가 있는 자리인데 그 묘지는 고급 잔디가 깔려있었고
잘 다듬은 십자가 비석이 꽂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온 이후
누구 묘지인가 물어보았습니다. 바로 걸인의 묘지 맞았습니다.
 
서울에서 가족들이 찾아왔어 좋은 묘지를 만들어 주고
십자가를 만들어 비석을 세워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누군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때 군인으로 전쟁에 나갔다가 사고로 정신이상으로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한 장의 그림을 보고 찾았다고 합니다.
어릴 때 고향에 후배 여자아이 중에 걸인이 그린 그림하나를
자기 손으로 그대로 그렸어 자기 노트에 그렸답니다.
여자아이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교회를 다녔는데
그 교회에서 그 그림을 본 신자가족이 물어와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걸인이 대학생 때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10여년을 해변에서 쓸쓸히 먹지도 입지도 생각도 못하고
생을 마친 걸인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걸인은 그래도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갑자기 걸인에게 돌을 던지고 욕도 했고 놀리기까지 했든 철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반성했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너무도 많은
가슴 아픈 이야기가 넘처납니다.
건강했던 사람이 어느 날 신체의 장애가 되면 마음도 소심해지고
많은 사람들과 떨어져 살게 됩니다. 그 걸인의 안타까운 한생의 삶을 생각하니
찡한 슬픔에 목이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신체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띠게 되며
우리처럼 건강했으면 저렇게 서러움으로 살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순간에 삶이변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하느님의 은총이 그분들에게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걸인에게 내려준 사랑의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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