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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뽑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27 조회수3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세상에서 뽑다>(요한 15,18-21)
-유광수신부-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세상의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주님께 뽑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인가?

그러나"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는 것은 큰 영광이지만 또한 큰 책임감을 느끼는 말이다. 세상에서 뽑히운 우리들은 세상 사람들과는 살아가는 목적이 다르고, 형태가 다르고, 가치가 다르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의 성화를 위해서 특별히 어떤 사명감이 주어졌다는 말이다.


세상과 다르게 살아야 하고 다른 가치관과 다른 삶의 형태를 취하고 살아야 할 이유는 내 뜻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를 뽑은 그분의 뜻에 달려 있다. 여기에서부터 우리들의 삶에 어려움이 시작된다. 분명히 우리들은 우리의 뜻이 있고 우리들이 살아가고 싶은 삶의 형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뜻을 버리고 우리를 뽑은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뜻과 나를 뽑으신 분의 뜻이 일치되기 전까지에는 계속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나의 뜻이 나를 뽑은 그분의 뜻에 일치될 때만이 우리들은 그분의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그분이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분이 우리를 뽑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수요일과 목교일에 한국 수도자 장상 연합회가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있었다. 폐막 미사를 집전하신 이한택 주교님께서 수도자는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고 강조하셨다. 세상에서 우리 신자들의 역할은 빛, 누룩, 소금의 역할인데 그 중에서 교구 신부님들은 빛의 역할이라면 수도자는 누룩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빛은 빛을 비추어 주기 위해서 겉으로 드러나 있어야 하지만 누룩은 드러나지 않게 있으면서 부풀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자는 남 앞에서 드러내는 역할보다는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부풀리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수도자뿐만 아니라 축성봉헌의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은 세상 한 가운데 살면서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수님이 우리를 세상에서 뽑은 이유이고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세상 속에 속한 사람으로 살아도 안되고 세상 사람처럼 세상의 것으로 또는 세상의 것을 목적으로 살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 날 우리 사회가 이토록 타락하고 어지러운 것은 세상 한 가운데에서 누룩의 역할을 하라고 뽑은 우리들이 우리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세상 곳곳에 얼마나 많은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이 있는가?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빛 또는 누룩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이 아닌가???

우리는 다시 한번 세속에 사는 평신도의 사명에 대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들어 보자. 

 [평신도들은 본래 현세적 일에 종사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함으로써 천국을 찾도록 불린 것이다. 그들은 세속에 살고 있다. 세속의 온갖 직무와 일, 가정과 사회의 일상 생활 조건들로써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짜여진 것처럼 그 속에 살고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복음의 정신으로 스스로의 임무를 수행하며 마치 누룩과도 같이 내부로부터 세계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특히 믿음과 바람과 사랑에 빛나는 실생활의 증거로써 이웃에게 그리스도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자신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현세의 사물들을 비추어 주고 관리함으로써 모든 것이 언제나 그리스도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자라서 창조주와 구세주에게 찬미가 되도록 하는 그것이다.]

(교의헌장 31항)

세상에서 우리를 뽑아 주셨다는 것은 단지 어떤 사명감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감만 생각한다면 너무나 무겁고 짓눌리고 주눅부터 들기 쉽다. 세상을 성화시키라는 사명도 주어졌지
만 실상 우리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야고보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절조 없는 사람들! 이 세상과 짝하면 하느님을 등지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누구든지 이 세상의 친구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원수가 됩니다."(야고 4, 4)

세상에서 우리를 뽑아주신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를 구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세상을 성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무겁게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를 하느님의 원수가 되는 길에서 우리를 구해주셨다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의 사명에 충실한다면 기쁘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받게 되는 박해까지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뽑히운 사람들, 세상의 성화를 위해 누룩의 역할을 해야할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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