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2일 부활 제6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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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6-02 | 조회수829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6월2일 부활 제6주간 목요일-요한 16,16-20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화사한 날개와 기다림의 껍질>
얼마 전 우연히 어느 미술품 가게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불타는 하늘을 배경으로 황금빛 나비가 날개를 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이다.”라는 제목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포스터 왼쪽 아래 구석에 빈 번데기고치 껍질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화려한 날개와 예술작품이 결코 저절로 되지 않음을 아프게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옛것을 버리고 고치를 짜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영혼을 빚는 우리는 번데기고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화사한 새 날개가 있는 곳마다 구석 어딘가에는 늘 기다림의 껍질이 있는 법이다.”(수몽크 키드 저, ‘기다림’, 복 있는 사람들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떠나감’으’로 으로 당혹해할 제자들을 위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제비새끼 같은 어린 자녀들만 집에 두고 집밖으로 나서는 부모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엄마, 아빠, 금방 돌아올 테니, 아무 걱정들 말고 사이좋게 잘 놀고 있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당신의 부재로 인해 우선 답답하고, 우선 힘겹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라는 당부입니다.
기다림, 그것은 가슴 설레는 영적 사도직입니다. 기다림이란 영혼의 깊은 바닥, 심오한 하느님의 사랑, 삶의 뿌리로 내려가는 작업입니다.
제대로 기다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완강하게 거부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합니다. 진정한 기다림이란 내 영혼의 깊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내가 쓰고 있는 거짓 자아의 가면을 벗어버리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 삶의 중요한 전환기가 닥쳐올 때 마다 기다리셨습니다. 광야에 나가셔서 하느님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셨습니다. 동산에 올라가 밤을 지새우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셨습니다. 결국 십자가형에 처해진 후 무덤 속에 들어가셔서 영광스런 부활을 기다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 땅 위에 실천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조금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라는 예수님의 말씀, 얼마나 은혜로운 말씀인지 모릅니다. 오늘 아무리 우리 삶이 비참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나날이 아무리 궁핍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오늘 우리의 인생이 아무리 흔들린다 할지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R)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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