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면서 헤어짐보다 더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 헤어지기 전부터 헤어지는 날, 그리고 헤어짐 다음까지 우리는 얼마나 두렵고 슬프고 아파하는지 모릅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하다 보니 부모님과 일찍부터 떨어져 살아야 했고 그만큼 부모님의 품과 모습이 그립고 간절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김치와 쌀을 가지러 갔고, 그때마다 검게 그을리고 깊은 주름 골이 팬 얼굴로 반갑게 웃으시는 부모님을 뵈면서 반갑기도 하고 또 마음 찡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신학교, 군대 그리고 지금은 사제가 되어 떨어져 살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가끔 전화를 드리거나 하룻밤 부모님 곁에서 잠을 자는 것은 큰 위안이 됩니다. 전화로 그분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곁으로 다가가 고단한 얼굴을 부모님 품에 깊이 묻고 잠들 때는 천국에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벽녘에 어김없이 신공을 바치시고 나서 어머니께서 마련하신 구수한 된장찌개와 밥을 함께 먹을 때면 천국의 식탁 같습니다. 짧은 헤어짐과 짧은 만남에서 이런 천국을 느끼게 된 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상투적인 말도 ‘사랑’ 이 실리면 위로와 평화가 되고, 늘 먹는 밥도 ‘사랑’이 담기면 만찬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날마다 바치는 기도도 사랑을 가지고 바칠 때 위로와 평화를 얻는 대화가 됩니다. 또 날마다 거행되는 성체성사도 사랑으로 참례하면 다시는 헤어짐 없는 영원하고 기쁜 만찬이 됩니다. 곧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이 세상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 영원한 세상의 것들도 맛보고 누릴 수 있게 합니다.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매곡성안토니오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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