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3“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24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25나는 지금까지 너희에게 이런 것들을 비유로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 너희에게 비유로 이야기하지 않고 아버지에 관하여 드러내 놓고 너희에게 알려 줄 때가 온다. 26그날에 너희는 내 이름으로 청할 것이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아버지께 청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27바로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28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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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무엇을 청해야 합니까 ?’ 라는 질문을 우리는 자주 자신에게 던집니다. 그런데 기도방법을 묻기 전에 기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도 성체조배 때 처음에는 청원기도만 잔뜩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다음에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호흡과 자세, 거룩한 독서와 묵상법 등에 집중했는데, 그것도 사실은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지금 저한테 기도는 어린아이의 모습일 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나의 주님, 나의 사랑.” 그저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사제로 살면서 많은 사람, 크고 작은 일, 날마다 반복되는 성무에 온통 신경을 쓰다 보면 자연히 지치고 피곤해집니다. 그러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무력감에 젖다가 마침내 자신과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미움도 생기게 됩니다. 곧 사랑이 메말라 갑니다. 실수 · 잘못 · 죄 · 부족함 · 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결핍 (缺乏)’ 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일을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하는 사제에게 사랑의 결핍은 죄 이상으로 자신과 모두에게 독 (毒) 이 됩니다.
그러나 사랑하게 되고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면 뭔가를 청한다는 생각보다는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은 의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곧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뭔가를 청하는 것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대로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을 배우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은총 충만한 약속의 근거가 되는 한 가지 말씀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는 사실, 아니 진리입니다. 이 진리를 의심 없이 믿으면 절대로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습니다.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매곡성안토니오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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