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명의 말씀] "평화는 용서의 무대 위에 올려지는 연주곡" - 권철호 다니엘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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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영화 | 작성일2011-06-12 | 조회수31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노란 프리지아가 아름다운 것은 하얀 안개꽃과 함께 하기 때문이고 제주 유채꽃이 선명한 빛깔로 다가오는 이유는 검붉은 현무암 돌담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듯, 삶이 아름다운 것은 상처가 미움의 덫에 갇히지 않고 용서의 커튼을 드리우기 때문이고 높고 견고해지는 폭력의 장벽에 평화의 햇살을 비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에도 길이 있듯이 종잡을 수 없는 마음에 성령은 용서와 평화의 햇살로 특별한 은총을 친근한 일상이 되게 합니다. 미움과 폭력이 삶의 잔혹한 변주곡이라면 평화는 용서와 사랑이라는 무대 위에서만 올려지는 연주곡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맨 처음 말씀하신 것이 바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 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을 보내신 것처럼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성령을 보내신 예수님은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에게 평화와 용서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평화와 용서는 성령의 이끌림 없이 인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너무나 잘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시며 왜 평화와 용서을 연결시켜 놓으셨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평화는 행복의 마당이고 용서는 그 마당에 들어서는 대문이지만 성령의 인도하심 없이 그것은 현실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늘 정의라는 이름 아래 보복을 꿈꾸고 사랑과 자비의 환상만 심어준 채 창살 없는 감옥에 우리를 가두려 합니다. 용서라는 열쇠는 사용하려 하지 않고 오직 하늘을 향해 평화만 달라고 기도합니다. 평화는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의 선물이지만 과거에 묶여져 있는 마음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주어지는 현재의 축복이고 나만이 사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은총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함께 계시는 분"(마태 18,20)이시기에 평화와 용서, 사랑과 자비라는 나라는 늘 '함께'하는 말을 떠나서 생각되어질 수 없습니다. 삶이 평화롭지 못하고 사랑을 체험하지 못하는 까닭은 늘 '함께'가 아니라 '나만'이라는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옛날 예수님은 자신만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만의 두려움에 함께하기를 머뭇거리는 우리에게 오늘도 성령을 보내 주십니다. 혼자는 할 수 없지만 성령과 함께하면 쉬워지는 것이 용서이고 혼자는 누릴 수 없지만 성령과 더불어 함께하면 누릴 수 있는 것이 평화입니다. "우리 삶이 미움 끝에 용서할 줄 알고, 비판 끝에 이해할 줄 알며, 질시 끝에 사랑"할 줄 아는 기적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임을 안다면 평화를 주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성령을 맞이하는 것이 그리 버겁지만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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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께서는
교회를 젊어지게 하시고 끊임없이 새롭게 하시며
자기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도록 이끌어 주신다.
-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 4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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