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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맑고 향기로운 삶" - 6.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6-20 조회수488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1.6.20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창세12,1-9 마태7,1-5

 

 

 

 

 

"맑고 향기로운 삶"

 

 

 

길은 떠나라 있는 것이지 머물라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 안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주님을 향해 길을 떠나야 하는

역설적 존재인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오늘은 ‘길과 떠남’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어제 마침 어느 아끼는 道伴이 보내 준 이메일 편지 중

평범한 한 구절이 저에겐 격려와 위로가 되었습니다.

 

 

“늘 한 자리에서

  묵묵히 생활하시는

  신부님을 떠올릴 때면

  바위 같은 생각이 듭니다.”

 

 

늘 그 자리의 바위가 상징하는바 우리의 첫째 서원인 ‘정주’입니다.

정주가 안주가 되지 않기 위해 곧 따라 붙는 둘째 서원이

‘수도승다운 생활’로 끊임없이 주님 향해 흐르는 맑은 강 같은 생활입니다.

이렇게 밖으로는 정주의 바위로 살면서

안으로는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으로 살 때

비로소 맑고 향기로운 삶입니다.

 

하여 즉시 확대․출력하여

집무실 벽 다음 한문이 적혀있는 종이 밑에 가지런히 붙여놨습니다.

 

“功成而不居(공성이불거)”

 

노자에 나오는 말로

‘공을 이루면 그 자리에 죽치고 머물러 누리는 것이 아니라

미련 없이 떠나는 삶’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로 수도승다운 둘 째 서원을 의미합니다.

 

주님 안에 바위처럼 머물러 정주하되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처럼 주님을 향해 떠나라는 것입니다.

 

오늘 창세기의 아브라함은 공성이불거의 모범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되 끊임없이 안주하지 않고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공성이불거의 삶을 산 아브라함입니다.

 

아니 아브라함뿐 아니라 성경의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공성이불거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주님의 명령에 응답하여 즉시 길을 떠남으로

공성이불거의 모범을 보인 아브라함입니다.

말이 그렇지

‘아내 사라와 조카 롯과, 자기가 모은 모든 재물과

  하란에서 얻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을 향하여 길을 나서는 일’은 참으로 힘들었을 것입니다.

 

다음 구절도 감동적입니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다섯 살 이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끊임없는 떠남으로

영원한 청춘을 산 아브람은 우리 수도승들의 모범입니다.

공성이불거의 삶을 살 때

저절로 이웃에게 복이 되는 맑고 향기로운 삶입니다.

 

‘늙으면 시시하게 살아야 해’

어느 책에서 읽은 이 말마디가 화두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비움, 버림, 떠남에

항구함으로 없는 듯 겸손하게 살라는 말입니다.

 

반대로 모음, 쌓음, 채움의 안주의 삶이라면

노추(老醜)의 삶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작은 떠남에 충실할 때

마지막 떠남인 죽음도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 하나에 의지하여

길을 떠난 아브라함이 도착하여

우선 한 일은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아브라함처럼 매일 성전에서 미사를 통해

주님을 위해 제단을 쌓고 하루의 여정에 오릅니다.

 

이런 공성이불거의 떠남의 여정에 항구할 때

복음의 주님 말씀은 저절로 실천이 됩니다.

자기를 몰라 이웃에 대한 판단이지

자기의 한계와 부족을 알면 알수록 있는 이웃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여 받아들입니다.

이웃의 눈에 티를 빼려는 무모하고 무례한 일은 아예 생각도 못할 것입니다.

이웃 눈의 티에 앞서 자신의 눈에 들보를 보기 때문입니다.

혹시 어리석게도 이를 시도한다면

분명 “너나 잘 해!”라는 반발에 직면할 것입니다.

 

끊임없이 버리고 비우는 떠남의 정화과정을 통해

저절로 내 눈에 티가, 들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유효한 충고요,

충고 이전에 이미 상대방이 알아서 제 눈에 티를 뽑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위해 제단을 쌓는 우리 모두를 축복하시어

‘맑고 향기로운’ 복된 존재로 하루의 도정(道程)에 오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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