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광야여정과 성체성사" - 6.2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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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6-26 | 조회수393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011.6.26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교황 주일) 신명8,2-3.14ㄴ-16ㄱ 1코린10,16-17 요한6,51-58
"광야여정과 성체성사"
며칠 전 어느 부부와의 면담 시 형제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신부님, 미사 드릴 때 보면 눈도 크고 얼굴도 환히 빛납니다. 마치 미사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즉시 화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사 드릴 땐 힘이 납니다. 저희 수도승들에게 미사는 생명과 같습니다. 그대로 광야 수도생활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공동미사와 성무일도 시간입니다. 사막을 낙원으로 바꾸는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성무일도 시간입니다. 찬미하고 감사하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제 주특기는 하느님 자랑입니다. 하느님 자랑은 미사자랑이요 미사 때는 하느님 자랑하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광야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느님이 주신 참 좋은 사랑의 선물이 바로 그리스도의 성체성사입니다.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미사의 사랑이요,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의 아름다움이요, 하느님의 깊이는 미사의 깊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오늘 ‘광야여정과 성체성사’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광야인생에 동반자 하느님입니다. 그 누구도 삶의 광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도시의 광야’라는 말도 있듯이 그 어디나 깊이 들여다보면 쓸쓸하고 외로운 광야요, 마음 깊이에서는 모두가 수도승입니다. 바로 이게 인간 삶의 본질입니다.
이 삶의 광야에서 터져 나오는 간절한 시편의 고백입니다. “하느님, 내 하느님, 당신을 애틋이 찾나이다.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 하나이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 이 몸은 당신이 그립나이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과 같은 세상이, 공동체가, 마음이 바로 광야요 여기에서 만나는 하느님입니다. 하여 초기 수도승들은 줄기차게 하느님을 만나러 광야에 갔습니다. 오늘 신명기에 나오는 광야여정 중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대로 우리 삶의 축소판입니다. 보십시오. 광야여정 중에 늘 함께 동반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삶의 본질은 변함이 없어 언제나 광야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광야여정 중 희망의 길잡이가 되고 빛과 생명이 되시는 동반자 하느님이십니다.
이 하느님을 잊어 길을 잃고 절망과 어둠 중에 헤매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없는 광야는 그대로 지옥이요 오늘날의 현실 같기도 합니다.
먹을 것이 마실 것이 없어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모세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오늘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너희는 이 광야인생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 그것은 너희를 낮추시고, 너희가 계명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너희 마음속을 알아보시려고 너희를 시험하신 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인도하신 하느님의 모든 길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낮추어 겸손히 생활했는지 주님의 말씀을 잘 지켰는지 살펴보라는 말씀입니다.
광야여정과 하느님은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떨어져 나간 삶은 얼마나 위태한지요.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 하던 집에서 이끌어내신 주 너희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이 또한 오늘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우리를 세례성사로 죄악의 옛 삶에서 이끌어내어 광야여정의 삶을 살게 하신 주님이십니다. 불 뱀과 전갈이 있는 크고 무서운 광야, 물 없이 메마른 땅은 그대로 오늘의 세상 현실을 상징합니다. 곳곳에 널려있는 불 뱀과 전갈이 상징하는 악마의 덫이요 물 없이 메마른 삭막한 세상입니다.
세상뿐 아니라 우리 마음 또 이런 광야로 변해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잊었을 때 세상 사막은 물론 우리 공동체, 우리 마음 사막 곳곳에 활개 치는 불 뱀과 전갈의 어둠의 세력들입니다.
반대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를 때 광야여정의 수련을 통해 내면은 정화되고 순화되어 마음의 순수에 이릅니다.
바로 이런 광야 세상에서 우리는 주님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의 광야에서 주님을 잊어 악의 희생물이 되어 가는지요. 하여 무수한 중독에 심신이 망가져 폐인이 되어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바로 이 광야에서 주님을 충실히 따를 때 안전합니다. 불 뱀과 전갈이 있는 크고 무서운 광야, 물 없이 메마른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시고 차돌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게 하시며 만나를 먹게 하신 똑같은 주님이 또 우리를 그렇게 해 주십니다. 세상 끝 날까지 계속되는 광야 여정의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계속 세상을 떠나도 하느님은 영원히 광야여정 중의 사람들과 동반하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을 통해 절정에 도달합니다.
광야여정 중의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바로 그리스도의 성체성사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일을 계속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주님의 다음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바로 이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여 주님의 성체성사, 미사 축제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새로운 만나, 참 만나가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 그리스도의 성체입니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모셔야 영원한 생명을 얻고 마지막 날에 살아납니다. 주님을 모시지 못하면 생명도 얻지 못합니다. 진정 주님의 성체성혈만이 참된 양식에 참된 음료입니다.
이런 말씀과 성체성혈의 참 만나를 모시지 못해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오매불망 꿈꾸는 주님과의 일치도 주님의 성체성혈을 모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주님의 다음 분명한 말씀이 이를 증거 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이런 주님과의 일치가 점차 우리 안에 불 뱀과 전갈과 같은 악의 세력을 치유하고 정화, 성화시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여정 중 차돌 바위에서 물이 솟게 하신 하느님은 역시 우리를 위해 그리스도의 미사 바위에서 생명수가 솟게 하시고 일상의 바위 같은 어둡고 절망스런 상황 중에도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구원의 생명수가 솟아나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성사가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어줍니다. 이보다 더 고마운 은혜도 없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영성은 예나 이제나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 영성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비로소 공동체의 일치입니다. 도대체 미사가 아니 곤 이렇게 함께 모일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미사 시 축복하는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의 공동체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인 그리스도를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모심으로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지체인 형제들이 되어 한 몸 공동체가 되고, 또 우리 각자는 하나의 그리스도가 됩니다.
광야 여정 중의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는 주님의 말씀과 성체성혈만이 우리의 참 만나입니다. 살아계신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셨던 그리스도처럼,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를 먹는 우리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힘으로, 하느님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성체를 모실 때 주님의 다음 말씀을 꼭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이는 영원히 살 것이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하늘이신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땅에서 영원한 생명의 하늘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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