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명의 말씀]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 - 허영엽 마티아 신부님 | |||
---|---|---|---|---|
작성자권영화 | 작성일2011-06-26 | 조회수378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신부님! 성체 작은 것 말고 신부님 먹는 큰 것으로 주세요!"
예전에 어린이 미사 중 영성체 시간에 한 꼬마가 느닷없이 한 말에 저는 당황하여 물었습니다. "왜?"
그 아이가 어물어물 대답을 못하자 뒤에 서 있던 다른 꼬마가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야 임마! 큰 거나 작은 거나 똑같은 거야. 다 똑같은 예수님이야, 그냥 믿고 먹어!"
지금 생각해도 똑 부러지는 대답입니다. 아마도 큰 성체를 저에게 달라고 한 아이는 작은 성체보다 더 많은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지 모릅니다. 가끔 그 생각을 하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천진스런 아이들의 깨끗한 동심이 마냥 부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때 첫 영성체를 하던 날의 기억도 새롭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성체성사에 관한 가르침은 예나 지금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당시에도 많은 군중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며 불평을 터뜨립니다. 그런데 사정은 측근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많은 제자들도 예수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왜 군중들과 제자들은 위와 같은 말씀들을 알아듣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들은 최후의 만찬 때 비로소 밝혀지게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기 전날 밤, 빵과 포도주를 들고 기도하시고 축성하신 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빵과 포도주가 당신의 살과 피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제자들에게 후에도 이 예식을 행하고 그때마다 당신을 기억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런데 성체성사의 가르침은 성령의 빛과 도우심이 없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봉헌할 때 사제가 축성하는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고 믿음의 고백을 합니다. 또한 우리는 미사 때 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억합니다. 우리 죄인들을 위해 몸소 죽으신 주님의 위대한 사랑과 희생의 값으로 이루신 구원의 결실이 미사를 지내는 지금 우리 안에서 똑같이 이루어지고 체험될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곧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시간 속에 떠밀려가듯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나의 존재의 의미, 그리고 삶의 목적, 많은 은인들의 소중한 사랑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늘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성체성사를 삶에서 체험하는 시작이 됩니다.
-------------------------------------- << 머무름 >> -----------------------------------------------------
엎디어 절하나이다.
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 수록 전혀 알 길 없삽기에 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체찬미가> 중에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