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27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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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6-27 | 조회수783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6월 27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 마태오 8,18-22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 내일 홀연히 세상을 뜬다 할지라도 >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사람의 외로움이나 공허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있을 때 못 다 표현한 마음을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위령미사도 봉헌합니다. 매일 묘소에 들러 꽃을 얹어 놓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먼저 떠난 그 사람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들을 정처 없이 헤매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여야지 너무 지나치면 꼴불견이 되고 말지요. 빨리 추스르고 살 궁리를 해야겠지요. 가슴이 아프겠지만 이제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입니다. 아직 남아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나름대로의 몫이 있겠지요. 결국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빨리 슬픔과 허전함을 털어 내고 새 출발하는 것이 먼저 떠난 사람을 위한 일이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미에 하신 예수님의 말씀-"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는 말씀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약간은 섭섭하게 들리기도 하겠지요.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을 여읜 슬픔에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예수님의 말씀은 먼저 떠난 사람에게나 남은 우리에게나 아주 요긴한 말씀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사람들이지요. 다시 말해서 하느님 자비의 손길에 맡겨진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보다 영적인 것이어야 하겠습니다.
호화판 장례식이나 왕릉같이 잘 꾸민 묘소 등등 외적이고 물질적인 과시는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하는 길은 다른 것입니다. 그분의 유지를 받드는 일, 그분이 못 다한 꿈을 이어가는 일, 그분이 살아 생 전 못 다한 이웃 사랑의 실천을 대신 하는 일이겠지요.
결국 죽은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바는 하느님 자비를 굳게 믿고, 먼저 떠난 사람들의 영혼을 하느님 자비의 손길에 맡기는 일입니다.
그리고는 이제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로 돌려야겠지요.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분들에게는 참으로 송구스런 말이지만 오늘 비록 우리가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눈물겹도록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비록 심하게 흔들리고 방황하더라도 우리가 아직 이렇게 숨 쉬고 살아있다는 것은 은총 중에 가장 큰 은총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세상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부끄럽고 비참한 삶을 살아도 살아있는 한 "나는 행복하다"고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는 새 출발할 가능성, 다시 한 번 회개할 수 있는 가능성, 다시 한 번 하느님 안에 살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내일 홀연히 세상을 뜬다할지라도 오늘 하루 힘을 내십시오. 마지막으로 막판 뒤집기를 준비하셔야지요. 단 하루일지라도 구원받기 위한 회개의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상에 속고, 지치고 당장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의 가시밭길을 걸어갈지라도 용기를 내십시오. 주님께서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친히 당신 손을 들어 우리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걷는 가시밭길은 어느새 향기 그윽한 환한 꽃길로 바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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