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영광 받으소서 !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는 소련의 피아니스트입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저는, 그의 음악 속에 바흐나 모차르트가 표현하고자 했던 신에 대한 간구와 찬미와 환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리흐테르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20대 이전까지 정규 피아노 교육을 받지 못한 리흐테르는, 연주 현장에 가서야 연주곡목을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처음 대하는 곡들도 즉석에서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했습니다. 음악가로서는 잡초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피아노의 좋고 나쁜 상태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는 오로지 음악에 철저히 봉사했고, 결혼도 공산주의도 그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그에게 신앙이었습니다. 오늘날 그는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성인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이 레닌그라드를 맹폭할 때,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고 사람이 무수히 죽어가는 상황에서 리흐테르는 공연장에서 숙소까지 태연히 걸어옵니다. 리흐테르는 당시에 대해 말합니다, 운명이라고. 일본의 어느 작가는 태연하게 죽는 것이 어려운 줄 알았는데 태연하게 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탄식하신 말씀에서, 그분의 절대 고독을 엿봅니다. 이 세상 것을 모두 버렸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태연히 주님을 따를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이내옥(국립춘천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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