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28일 화요일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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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6-28 | 조회수819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6월 28일 화요일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마태오 8장 23-27절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흔들리는 공동체>
몇 년 전 휴가 때의 일입니다. 홀로 밤낚시를 간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강가 여기저기에 드믄드믄 앉아있던 ‘꾼’들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달도 뜨지 않은 한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저 홀로 앉아 있었습니다. 때맞춰 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니, 으스스한 ‘전설의 고향’분위기가 절로 났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오히려 잘 됐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밤이 점점 더 깊어가자 슬슬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우 울음 비슷한 날카로운 소리가 제가 앉아있던 곳 뒤쪽에서 크게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소리와 함께 갑자기 잊고 있었던 갖가지 무서운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온몸에 소름이 확 끼쳐왔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콧노래를 부르며 멀쩡히 앉아있던 저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순식간에 마음의 평정을 잃고 말았습니다. 저는 대충대충 낚싯대를 정리하고 황급히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보십시오. 바로 이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본 모습입니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이 태평양 같았었는데, 잠시 전까지 철옹성같이 든든한 사람이었는데, 순식간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립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하던 마음이 두려움으로 가득 찹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모습도 한번 바라보십시오. 웃기지도 않습니다. 조금 전 배타기 전까지만 해도 다들 멀쩡했습니다. 스승 예수님을 향한 신뢰심도 대단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특별 제자 교육을 받은 그들은 세상에 못할 일이 없어 보였습니다. 사기충천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가던 중, 풍랑을 만나게 되었는데, 조금 전까지의 대단했던 모습, 그럴듯한 모습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다급해진 제자들은 누워계시는 예수님을 흔들어 깨우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제자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의 기적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전지전능하신 분, 못하실 일이 없으신 분, 메시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잠깐의 풍랑 앞에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만사를 좌지우지하시는 하느님의 아들, 풍랑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 예수님과 같은 배에 타고 있으면서도 불어 닥친 작은 풍랑 앞에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제자 공동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 존재란 것, 이렇게 나약하고 불완전합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안절부절 불안에 떱니다. 아직 확신, 제대로 된 신앙이 결핍된 상태인 것입니다.
교회란 나를 포함해서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들로 구성된 공동체이자 하느님 품안에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 전까지 근본적으로 휘청거리며 흔들리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느껴지면,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교회 공동체에 편입되고 나서 실망과 허탈을 느끼면 그것은 자연스런 모습입니다.
교회란 오늘 복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폭풍을 헤쳐 나가는 조각배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흔들릴 때 마다 서로의 손을 꼭 잡는 일, 그것처럼 중요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인간은 왜 두려워합니까?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릴까봐 늘 두려워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떠나 버릴까봐 늘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럴 필요가 없겠습니다. 때로 하느님께서 안 계신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순전히 우리 인간 측의 착시현상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폭풍 속에서도 끝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내 아비 내 어미가 나를 버릴지라도 주님만은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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