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
우리는 매우 인간적인 생각으로 주님께서는 어찌하여
시몬을 반석 삼아 교회를 세우셨을까 의아해하곤 합니다.
가문으로나 능력으로나 더 훌륭한 사람을 내세울 것이지
어찌 그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내세우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세상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라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겠지만
주님께서 세우시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기에 주님이 옳으십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에서는
주님의 어떤 단호함과 의지가 느껴집니다.
“내가 세우겠다.”
즉 당신이 친히 세우겠다고 하시고,
“내 교회를 세우겠다.”
즉 세상 어떤 누구의 교회가 아닌
당신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십니다.
당신 교회는 당신이 직접 챙기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우리의 교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님의 교회입니다.
우리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황의 교회도 우리의 교회도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것을.
큰 믿음의 프란치스코도
한 번은 큰 시험에 든 적이 있었지요.
그가 세운 수도회가
처음 이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죽고 나면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에게 물으셨습니다.
이 수도회를 누가 세웠느냐?
이 수도회의 주인이 누구냐?
우리의 가정도, 우리의 교회도
어떤 때 나의 것인 양 착각을 하고
그래서 신앙이 없는 사람처럼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주님께서는
또한 베드로를 반석 삼으시겠답니다.
원래는 반석, 즉 베드로가 아니고 시몬이었는데
하느님께서 시몬을 베드로, 반석으로 만드신 것입니다.
시몬이 인간의 지혜로서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안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를 받아서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교회의 반석이 될 사람은
자기의 머리와 지혜로 주님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대로 아는 사람입니다.
점잖지 않은 표현을 한다면 짱구를 돌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알려주시는 것 외에는 아는 것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반석이 될 사람은 비단 아는 것뿐이 아닙니다.
하는 것도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야지 주님의 교회를 주님의 교회이게 합니다.
깝죽대고 자기가 무엇을 하려고 하여
주님 친히 하시려는 것을 오히려 막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하시도록 자기를 내어드리는 것이요,
자기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주님께서 다 하시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스스로 알려고 하지 않고,
아무 것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는 것,
이것 쉬운 것 같지만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왜?
인간은 누구나 내가 주장이 되어
무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하지만 내가 하지 않고,
내가 살지만 내 안의 그리스도께서 살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반석이 되는 비결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베드로처럼 반석은 못 되어도
밑돌이라도 되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