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기심 "
무심코 지나치다가 R을 만나면 등 뒤로 돌아가서 눈 가리고 안아볼까
그 반대로 눈가림을 만나면 알면서 모른다
모르면서 안다 할 거나
잘 알지도 못하며 아는 척 뒤를 따라가야지
그가 돌돌 말아가는 길은 숨이 가쁠까
다시 펴는 길 위에 발자국을 놓아주고 신을 신겨 달아나는 뒷모습을 보다가
길을 잡아당기면 주르륵 딸려 올 테지
바람 같은 R의 그림자에 내 그림자를 덧씌워
넓은 길 위에 풀어주면
엇박자로 찍히는 다른 발
오금에 종을 달고 소리 날 적마다
주머니 속에서 등을 꺼내 그림자 반대쪽으로 걸어서 내 그림자는 숨겨야지
온 숲을 돌아다니며 지나치는 나뭇가지를 끌고 나와 길 위에서 만나면
길이 숲으로 숲이 산으로 길 아닌 길을 만나서
그 길이 끝나는 R의 집 대문 앞에서면 손을 놓아 보내며 그림자를 걷어 문가에 세워둬야지
해마다 먹는 나이를 벗겨 내고 나이 대신 꽃이나 바람을 안겨줘야지
혼이 빠진 R은 어떤
그 모습을 상상하며 R에게 가야지
아직도 모호한
내 눈이 되고 얼굴이
삼십년쯤 전의 내 젊은 모습
어쩌다가 남이라고 부르는 이름으로
가장 멋진
조금은 모자라서 착하디착한 내 R의 모습으로
/ 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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