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30일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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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6-30 | 조회수866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6월 30일 연중 제13주간 목요일-마태오 9장 1-8절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배에 오르시어 호수를 건너 당신께서 사시는 고을로 가셨다. 그러데 사람들이 어떤 중풍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긴 터널을 지나 맞이한 인생의 봄날>
인간을 끔찍이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당신의 축복 속에 완전한 인간으로 건강하게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질병이란 혹독한 고통을 허락하시는지요?
중환자실에라도 들를라치면, 단말마의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환우들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 모습이 혹독하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숨 한번 제대로 쉬어봤으면, 시원한 물 한 모금 벌컥벌컥 마셔봤으면, 밥 한 그릇 뚝뚝 해치워봤으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환우의 삶 역시 기구했습니다. 중풍이 얼마나 도졌으면 자기 스스로는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보다 못한 가족들은 들것에 환우를 실어 예수님 계시는 곳까지 운반해왔습니다.
물론 처음 자리에 드러누울 때만 해도 친구며, 친척들이며 자주 찾아와서 말 동부도 해주고 용기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병세가 점점 깊어가면서 그는 점점 철저한 왕따, 천덕꾸러기가 되어 갔습니다.
그는 하루 온종일 드러누워 천장 바라보는 것이 다였습니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모든 문제를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고질병이 오래가다보니 가산도 다 탕진했겠습니다. 식구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빨리 하느님께서 데려가셨으면 하는 마음을 먹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고통만이 전부였던 중풍병자가 은혜롭게도 치유자 예수님과 대면하는 은총을 입게 됩니다. 환우를 향한 가족들의 큰 측은지심, 그리고 반드시 일어나서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한번 살아보겠다는 치유를 향한 환우의 강한 의지가 마침내 기적을 일구어낸 것입니다.
중풍병자는 춥고 어두운 긴 죽음의 터널을 잘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의 봄날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평화로이 구원의 창가에 앉아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생명의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자비하신 하느님의 업적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중풍병자의 죽음 같은 오랜 병고, 그것이 한평생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지만, 끝까지 잘 견딘 결과 이제 참 하느님의 부드러운 구원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육체적, 외적 치유뿐만 아니라 영적, 총체적 치유, 완전한 자유와 해방감, 구원을 이 지상에서부터 체험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오랜 질병, 그리고 예기치 않았던 하느님의 개입, 그리고 마침내 은혜로운 치유를 통해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병생활 뿐이었던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때로 끔찍한 고통을 주시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고통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끝도 없을 것 같은 고통 같지만, 그래서 쉽게 체념하고 쉽게 포기하는 우리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전혀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우리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 삶에 들어오셔서 우리를 말끔히 치유시켜주십니다.
하느님 편의 예고 없는 방문, 성령께서 주시는 뜻밖의 선물인 치유의 은총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마음을 활짝 열 필요가 있습니다.
내 병세가 너무 심각해서, 의사도 내놓은 사람이어서,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내게 좋은 일이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것을 주십니다. 눈물을 거두고 하느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똑바로 서기를 바라십니다. 내면과 외면 모두, 육체와 영혼 모두 온전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상처가 덧나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부끄럽다고, 창피스럽다고 상처를 꽁꽁 동여매고 감춰두면 되겠습니까? 빨리 상처를 의사에게 보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에 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밥 먹듯이 상처를 주고받는 우리들, 갖은 병고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들이기에 예수님으로부터 오는 지속적인 치유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매일의 자기 비움, 성령께 마음을 여는 작업, 우리의 상처 나고 곪은 부위를 감추지 말고 보여드리는 솔직함이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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