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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2일 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02 조회수645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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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루카 2장 41-51절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언젠가는>

 

 

    보육시설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내면에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어서 사고도 많이 쳤지요. 아이들이 벌여놓은 사건사고 수습하느라 교무실로, 파출소로 자주 불려 다녔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나 깊은 상처와 큰 고민거리들로 힘들어하는 녀석들과 다투기도 많이 했습니다.

 

    제일 저를 괴롭히던 일은 아이들의 ‘가출’이었습니다. 봄바람만 불어오면 어김없이 가출은 시작되었습니다. 한번 ‘해방’의 기쁨을 맛본 아이들은 그 맛을 좀처럼 끊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가출 왕’ 녀석이 혼자만 가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린 동생들까지 꼬셔서 줄줄이 데리고 나가서 일주일 넘게 숨바꼭질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리조리 도망 다니다가 결국은 ‘검거’했는데, 녀석 얼굴을 보자마자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하지 말아야 할 험한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동시에 녀석의 뒤통수를 있는 힘을 다해 후려갈겼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성모님도 비슷한 체험을 하셨습니다. 예루살렘 순례 길에서 소년 예수님이 사라졌습니다. 사흘 내내 소년 예수님을 찾아다녔던 성모님의 마음이 어땠겠습니까?

 

    그러나 성모님은 저처럼 욕을 퍼붓지 않으셨습니다. 뒤통수를 갈기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이렇게 물으십니다.

 

    “애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그런 성모님의 말씀에 웬만하면 “죄송해요. 어머니. 앞으로 조심할게요.”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소년 예수님의 대답은 더욱 가관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그 순간 저 같았으면, 더 확 끌어올라 아마도 이렇게 호통을 쳤을 것입니다.

 

    “잘못 했으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것이지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그러나 성모님은 그냥 침묵하십니다. 비수처럼 다가온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간직하십니다. 도대체 그 말씀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곰곰이 묵상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성모님에게 있어 예수님은 한 평생에 걸친 연구과 묵상과 관상의 대상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고, 키우고, 출가시킬 때 까지 예수님으로 인해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이해하지 못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할 수많은 사건들 앞에 보이신 성모님의 태도는 오늘 우리에게 큰 귀감으로 다가옵니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분노를 식힙니다. 의혹의 눈길도 거둡니다. 그저 침묵합니다. 곰곰이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갑니다.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하느님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때가 올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우리도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 한두 가지 겪는 것이 아닙니다. 왜 하필 저 ‘사람’을 만났을까? 왜 저 사람은 꼭 저렇게 행동할까? 왜 하필 하느님께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을 깊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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