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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유있는 삶을 원하세요? / 최강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03 조회수515 추천수5 반대(0) 신고

 

여유있는 삶을 원하세요?

오늘은 수원 교구의 최윤환 신부님의 몬시뇰 임명 축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벽 미사가 없어서 기상 시간이 한 시간 가량 늦춰졌어요.

그런데 습관이 무섭습니다. 정확히 5시 30분이 되니까 눈이 떠져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거예요. 한 10분 정도를 이불 속에서 더 잠을 청해

보다가 포기하고 일어났습니다. 우선 창문을 열고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을 아~~~~~~~주 조용히 틀었습니다.(기상전은 대침묵

시간이라서 아무런 인간의 소리라도 금지되어 있거든요....^^)

전날 밤, 다음날 아침을 위해서 타 놓은 녹차를 구식 알미늄 포트에

다시 부어서 덥히며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요즘 나오는 하얗고 세련된 커피 포트는 깨끗하고 빨리 물을 끓여내는

장점이 있지만 도대체 다른 일을 조금이라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물을 끓여내니 창밖을 내다 볼 여유는 꿈도 못꿔요. 그래서 저는

이 낡은 알미늄 포트를 고수한답니다.

한 가지 행위를 빨리 종료하고 서둘러 서둘러 다음 일을 해야 하는

이 세상에 물이 끓기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시간을 주는 알미늄 커피포트.

제게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기계입니다.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세상에는, 창 밖에 고개를 내밀고 여기 저기를

둘러봐도 가로등 9개와 조금 덜 밝은 저편 산 밑 동네의 가로등 3개만이

제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씨디 플레이어에서는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이

나지막히 울리고 있었지만 갑자기 어느 가수의 "가로등도 졸고 있는.."

그 구성진 가락이 생각나더군요. 가로등이 졸고 있다는 표현이 어쩜

그렇게 사실적으로 다가오던지요.... 각자 수준이 있는 모양입니다.^^

가끔 저 앞길의 차들을 볼때마다 지금 이 시간 운전을 하고 이 산밑길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사연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조금 시려운 느낌의 새벽 공기 속에 있으면서

어둠 속의 광명으로 오시는 주님을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성당에 올라갔지요 평소에는 검정색 수단위에 외투를

걸쳐도 써늘하다고 느꼈던 성당안의 온도가 이미 한 시간 정도

새벽 공기 속에 출된 몸의 감각에는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니까요.....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낸 여유는 기도시간에도, 묵상 중에도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맘이 참 평화롭고 하느님의 음성이 보다

선명하게 들리는 것입니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도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떼며 밭에 나갔어요.

평소같으면 추위에 바짝 얼어붙은 배추들을 통해 빨리 김장을 해야

한다고 성급해 하는 마음을 봤을터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속이 꽉 차라고

묶어준 허리띠 바깥으로 삐져나온 커다란 배춧잎들만 시들어있고

그 속의 잎들은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을 보고 이 추위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자신의 일부를 버리는 그 놈들의

생명력이 놀랍게만 보였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겨울 산이 되어버린

뒷산의 나무들이 서둘러 자신의 일부였던 나뭇잎을 떼어버렸거나,

아니면 나뭇가지에 붙어있더라도 영양분을 전달하지 않아 갈색으로

변해버린 나뭇잎 속에서 오히려 생명을 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나친 역설일까요?

그렇게 때가 되면 버려야만 생명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는 자연의 법칙

속의 그놈들처럼 우리들에게도 그 자연의 법칙, 생명의 법칙은 예외없이

적용될것입니다. 때가 되어 버려야 하는것은 버려야 사는 것.....

때로는 생명까지도 하느님 안에서 버려야 할때는 과감히 버려야

산다는 이치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라는 간절한 주님의 기도가

"하지만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는 의탁없이 끝이 나

버렸다면, 그래서 주님께서 성부 아버지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 잔을

자신의 뜻대로 거두어 버렸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그 결과는 우리들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하느님의 뜻 앞에서 우리들의 인간적인 의지는 버려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뿐입니다.

......

......

그렇게 그렇게 아침 산책이 끝나고 이어진 오늘 하루는 계속해서

평화롭고 여유로웠습니다. 아침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만든 여유가

그 한 시간으로 끝나지 않고 하루 종일 이어집니다.

너무 바빠서 조금은 여유있는 삶을 원하세요?

그건 너무 단순해서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여유롭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요?

만드세요. 새벽잠을 한 시간 버리든지...... 아니면 일욕심을 버리든지.....

사실 우리가 단순히 살기 위해서 꼬~~~~~~~~옥 해야만 될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어떻게든 여유를 만들어보세요.^^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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