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7월 7일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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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7-07 | 조회수742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7월 7일 연중 제14주간 목요일-마태오 10장 7-15절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수도원 담을 따라 걸으면서>
탁월한 대 영성가께서 한 수도공동체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하루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공동체 문을 나서 교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수도원 담 안으로부터 크게 다투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깜짝 놀란 스승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평소에 늘 옥신각신하던 두 형제가 오늘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언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싸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아침부터 크게 다투고 있는 두 형제를 보자 스승까지도 덩달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 순간 당장 달려가서 이렇게 혼냈을 것입니다.
“이 쫌생이들아! 너희들 그렇게 할 일이 없냐? 아침부터 싸움질이나 하고 있게. 너희들, 그 작은 것 하나 양보 못하면서, 도대체 뭣 하러 수도원 왔어? 그러려면 당장 짐 싸라!”
그러나 스승은 다시 발걸음을 밖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는 길고도 긴 수도원 담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담을 세 바퀴나 돌고 난 후에야 안으로 들어간 스승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두 형제를 타일렀다고 합니다.
스승은 제자들의 문제에 개입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분노나 화로부터 자유롭게 했습니다. 수도원 담을 따라 천천히 돌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했습니다. 스승이 담을 따라 돌던 시간은 어쩌면 다투고 있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승은 다투고 있던 형제들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을 수도원 담을 따라 걸으면서 최소화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조금도 잃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걸어간 것입니다.
갓 수도생활을 시작한 햇병아리 수도자가 스승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승님, 제 마음이 이토록 고통스럽고 슬픔에 가득 차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스승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바라보지 말고, 누구도 판단하지 말며, 누구도 비방하지 말게. 그러면 주님께서 평화를 주실 것이네.”(안셀름 그륀,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 분도출판사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복음전도 여행’에 파견하시면서 몇 가지 당부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그 가운데 평화의 사도가 되라는 당부말씀이 있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복음 선포자로서 지녀야할 중요한 자세 중에 하나가 ‘평화’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복음 선포자 자신이 내적으로 평화로워야 합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한다는 사람이 내면의 불안정으로 인해서 얼굴이 어둡거나 침울하다면 복음 선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복음을 선포한다는 사람이 어딜 가나 분열을 조성한다면 그게 옳은 일이겠습니까?
복음선포자는 마음이 늘 잔잔한 호수 같아야 합니다. 그 어떤 바람 앞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 평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삶의 중심에 자리하시니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참평화가 복음 선포자에게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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