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 삶의 성경책" - 7.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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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7-07 | 조회수505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2011.7.7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창세44,18-21.23ㄴ-29;49,1-5 마태10,7-15
"내 삶의 성경책"
오늘은 ‘내 삶의 성경책’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각자 나름대로 고유하고 소중한, 그러나 아직은 미완(未完)의 제 삶의 성경책입니다.
얼마 전의 사소한 사실이 저에겐 새삼스런 깨달음이었습니다. 대전에 다녀오던 중 휴게소에서 650원짜리 음료수를 사기 위해 좌판기에 동전을 넣었습니다. 분명히 650원으로 확인했었는데 10원이 부족해 참 황당했습니다. ‘10원이 없어 못 먹는구나.’생각하니 10원이 그토록 소중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10원 짜리 동전은 대부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지만 이 때 10원은 정말 절실했습니다. 마침내 다른 호주머니 속 깊이 끼어있던 10원 짜리 동전을 찾아 넣고 음료수를 빼먹으면서 10원의 소중함을 절감했습니다.
삶의 이치도 똑같습니다. 흩어져 의미 없이 있을 때는 거들떠보지 않던 시시한 일들도 하느님 안에 있을 때는 그 고유의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없이는 모든 일들은 우연한 의미 없는 사실들의 종합 인생이지만 하느님 안에서 우연은 없고 모두가 의미의 빛을 발하는 사실들이 하나로 연결된 하느님의 성경책이 됩니다. 하여 내 삶의 성경책은 물론 타인의 삶의 성경책이 그토록 소중합니다.
하느님 섭리 안에 있는 우리의 삶은 모두가 그 의미를 발하는 성경책의 내용들입니다. 오늘 창세기의 성경 안에서 요셉의 생애가 고스란히 펼쳐집니다. 요셉의 삶 또한 하느님의 은총이 굽이굽이 점철된 성경책입니다.
참 약한 게 사람입니다. 하여 뜻밖의 충격을 받을 때 실명하기도 하고 귀가 먹기도 하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충격을 완화해 주는 완충역할로 심신을 지켜주는 게 바로 믿음입니다. 유비무환이라 내 삶의 성경책을 깨달아 가면서 믿음을 견고히 함이 중요합니다.
요셉이 이집트 제국에서 승승장구하며 대 기근 중에 제 가족들을 살리고 제 삶의 성경을 잘 쓸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믿음의 은총 덕분이었습니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제 삶의 성경을 렉시오디비나 하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은 요셉입니다. 이렇게 내 삶의 성경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깨달아 갈 때 관대한 마음에 이웃을 용서하고 위로하며 격려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요셉이나 복음의 사도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은 현장은 영적전투 계속 중인 세상 한 복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세상 한 복판의 삶에서 사도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단단히 가르쳐주십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주어라.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글자 그대로가 아닌 철저히 무소유의 영성으로 충만한 존재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쌓고 모으고 채우는 소유 축적의 삶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외적으로 비우고 버리고 떠나는 존재의 삶에 충실 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텅 빈 충만의 존재에서 샘솟는 기쁨이요 평화요 복음 전파에 이보다 도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이래야 맑고 밝은 심안(心眼)으로 하느님의 섭리를 잘 깨달아 내 삶의 성경을 잘 깨달아 알고 또 쓸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내 삶의 성경을 잘 깨닫게 하시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아 1페이지 내 삶의 성경을 잘 쓰게 하십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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