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많은 사람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 또한 무대공포증이 좀 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고 5년 동안 저한테 심한 스트레스를 준 것은 독서직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제직은 저의 꿈이면서도 언제나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독서를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엄숙한 전례 분위기에서 교수 신부님들이 뒤에 앉아 계시는 가운데 마침내 저는 독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이제는 신부가 되어 미사 강론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까 ? 제가 특별히 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노력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기 자리,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끔 모임에 가면 ‘한말씀’ 을 부탁받기도 합니다. 이것도 저한테 큰 짐입니다. 그런데 미리 준비를 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는 시키지 않고, 아무런 준비가 없을 때 꼭 이런 청이 오곤 했습니다. 그러면 문득 생각나는 것을 차근차근, 겸손하게 전합니다. 오히려 그것이 신자들에게 더 좋은 것이 되었습니다. 앞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오늘 말씀도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 제자들을 파견하는 주님의 마음은 어떻게든 우리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려고 하십니다. 제자들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는 주님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보내신 것입니다.
인간이 모든 상황에 맞춰 준비하고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를 위해 한 일이 다른 누군가한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한계를 갖고 살아갑니다. 특히 하느님의 일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고백하고 그분께 맡겨야 합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 하느님은 이런 우리를 통해 당신 일을 하십니다. 주님께서 당신 일을 하시도록 하는 게 바로 우리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
김동엽 신부(부산교구 장성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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