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 대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렵고, 그 미래에 대한 적절한 처신을 모를 때 두렵습니다. 그러나 가려진 것이 드러나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두려움은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파생된다고 합니다. 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지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전쟁터에서도 적군이 보이지 않을 때는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으나 막상 적군이 눈앞에 나타나서 교전이 벌어지면 의외로 침착해집니다.
두려움에 떨게 될 제자들이 걱정되어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십니다. 이는 요한복음의 고별사와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너희에게 미리 말하였다. 일이 일어날 때에 너희가 믿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4, 29) ‘제자가 스승보다 높지 않다.’ 는 말씀은 그들에게 일어날 박해의 강도를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머리카락까지 세어두셨다.’ 는 말씀은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주님은 돌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정말 우리를 지탱하고 보호하시며 사랑하십니다. 아내가 남편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듯이 말입니다. 그분은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감춰진 것을 드러내고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사랑의 말씀은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 이 사랑을 믿고 체험한 사람은 어떤 위협과 박해 속에서도 견딜 수 있습니다. 이 빛 안에 머물지 않는 자들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빛으로 모든 것이 드러났습니다. 죽음은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분의 사랑을 굳게 믿으며 힘차게 복음을 선포합시다.
김동엽 신부(부산교구 장산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