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두려움이란
악과 홀로 대면할 때 느끼는 것이고,
그러므로 신앙인에게 두려움이란
하느님 없는 두려움이고
하느님을 잃는 두려움임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아니 계실 리 없고,
하느님께서 나를 떠나시거나 버리실 리 없으시니
신앙인에게는 두려워 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두려움이 있는 것은
이 믿음이 없기 때문이고,
이 믿음이 없는 이유는
인간 이별과 부재의 체험 때문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차에 치어 죽을 뻔했는데
들판에 나가 놀다가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안 계시고,
누나가 얘기하기를 외할머니 댁에 가셨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두려워지며 제 정신이 아니게 되어
어머니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래서 10 리 되는 수원역까지
정신없이 뛰어갔는데
시골아이가 처음 본 말마차를 피하다가
차에 치인 것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제 안정감의 근본이었는데
이런 망실(亡失)과 부재(不在)의 체험이
근본적인 두려움으로
우리에게 인 박혀 있듯이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어머니는 하느님을 대신하는
나의 보호와 안전이신데
하느님도 어머니처럼 우리가 망실하고
그래서 부재하신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의 믿음이 필요합니다.
어미는 자식을 버릴지라도
주님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
주님께서 부재하시는 것 같지만
주님은 비존재로 존재하신다는 믿음,
주님께서 혼내시는 것 같지만
그것이 하느님 사랑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자기의 믿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보호이시오며,
안전이시나이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