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미사 중에 한 형제가 강론을 하면서 '혹시 이 중에 결혼하고 싶은 사람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형제들이 '결혼하고 싶다'는 쪽에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손을 들지 않았어요... 이미 결혼했으니까요...
지난 1월 6일 종신서약을 하면서 저는 하느님께 대한 갈라지지 않는 마음을 서약했습니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건강할때나 아플때나, 하느님께 대한 이 사랑 갈라지는 마음되지 않도록
오로지 당신과만 나눌 사랑은 따로 간직하겠다는 혼인의 서약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고 아침 햇살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뚫고
들어오는 속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스승을 바라보며
묵상을 하는데......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당신의 삶의 양식과 운명까지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식 저 너머에
살아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보았습니다.
"아까 손을 들걸 그랬나?"^^
......
혼인을 통해 한 사람을 부퉁켜 안고 사랑하며 존경하고,
때로는 전쟁도 치러가면서
살고 싶다는 그 원천적인 욕망이 없다면,.....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기꺼이
정결을 지키면서 살겠다는 이 봉헌의
의미가 크게 줄어들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없는
욕망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릴때도 있겠지만,
그 한계 까지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나아가는 인생은 역시 어떤 표징으로서
하느님께 대한 갈라지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포기일 것입니다.
제 생일 날 어떤 님과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건강하게 오래 주님께 봉사하셔야지요..."
지금도 제가 한 예의 농담조의 대답이 지금도 맘에 안들어서 제 맘을 떠나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서 뭐하게요.... 하룻밤 이라도 줄여야지요..."
잠시 뒤, 그 분은 너무 안쓰럽다는 말씀으로 가만히 수화기를 들고
침묵하고 계시더니 곧 조용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너무 경솔하게 던진 농담이었습니다. 늦게나마 그 분께 다시 전화를 드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제 본뜻이 아니었습니다. 건강하고 기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하루하루 주님 주신 시간들,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오래 살고 싶습니다.
혼자 늙어간다는 것이 조금 쓸쓸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만큼 갈라지지 않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깊어져 있을테니까요...."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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