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땅처럼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돌아가지 않고 땅을 적신다.
오늘 이 말이 마음에 새겨집니다.
비와 눈은 내려옵니다.
올라가지 않습니다.
하느님도 내려오십니다.
위에 계시지만 않고 내려오시기에 뵙기 위해 올라 갈 필요 없습니다.
당연히 말씀도 내려오십니다.
그러니 말씀을 듣기 위해 모세처럼 산 위로 올라 갈 필요 없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땅과 같으면 되겠습니다.
땅과 같이 낮으면 되겠습니다.
이 땅을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이 땅을 포기해서는 아니 됩니다.
주님의 말씀이 하늘에서 선포되지 않고
이 땅에서 선포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말씀이 기쁜 소식인 이유입니다.
주님 말씀 들으러 모세처럼 올라갈 필요 없다고 하여
그저 땅처럼 낮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흙처럼 연하고 부드러워야 합니다.
물을 그냥 다 흘려버리는 돌처럼 굳고 단단해서는 아니 됩니다.
말씀에 미소 짓고,
말씀에 感動하는, 그런 마음 밭이어야 합니다.
밭은 돌바닥이 아니고
흙의 땅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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