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0일 연중 제15주일
But the seed sown on rich soil
is the one who hears the word and understands it,
who indeed bears fruit and yields a hundred or sixty or thirtyfold.
(Mt.13.23)
휴가를 나왔는지 시내를 돌아다니는 군인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들의 투박한 군화를 보면서 문득 옛날 제가 군대에 입대했을 때가 떠올려 졌습니다(벌써 20년 전이네요).
사실 처음 군대에 들어가서 너무나도 저를 헷갈리게 했던 것이 바로 군화였답니다. 일률적으로 똑같은 모양의 군화가 각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데 자신의 군화를 찾기가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종종 옆 동료의 신발을 바꾸어 신기도 했지요. 그래서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군화 안쪽에 자신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기도 했지만, 그래도 급할 때면 남의 군화를 신었다가 잘못 신은 것을 깨닫고 다시 벗게 될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훈련소에서 약 한 달간의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군화를 찾지 못하는 훈련병은 단 한 사람도 없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회사의 그리고 똑같은 디자인을 가진 군화이지만 한 달만 지나면 이를 신는 사람의 발에 맞추어 적응된 나만의 군화라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도 얼핏 보면 다 똑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재미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 안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살아갈 때 나만의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뒤 나의 삶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지요.
주님은 우리들에게 재미없는 삶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도 신나게 그리고 기쁘게 살 수 있는 참 행복의 삶을 우리들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 선물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얼핏 본 것으로 “똑같네 뭐…….”하면서 불평불만만 계속 내 던지는 어리석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바로 내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그 씨가 어디에 떨어졌습니까? 길, 흙이 많지 않은 돌밭, 가시덤불 속, 그리고 좋은 땅에 씨가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좋은 땅에 떨어진 씨가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게 되었지요.
이 비유 말씀에 등장하는 씨는 바로 주님의 말씀을 뜻하지요. 또한 길, 돌밭, 가시덤불 속, 좋은 땅은 우리들의 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좋은 씨인 주님 말씀이 열매를 크게 맺을 수도 반대로 싹도 맺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똑같은 군화이지만 내가 계속 신으면서 자신의 군화를 잘 찾을 수 있듯이, 차별 없이 주님의 좋은 씨앗이 주어지지만 나의 마음이 얼마나 잘 받아 들이냐에 따라 자신의 행복을 잘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주님의 그 좋은 말씀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받아들이지도 않으면서 별 볼 일 없다고 멀리하는 것은 아닐까요?
인생은 평화와 행복만이 지속될 수는 없다.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마라. 참고 인내하면서 노력해 가는 것이 인생이다.(맨스필드)
새벽
어느 새벽에 찍은 장미
랍비가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새벽이 오는 것을 언제 아느냐?”
한 제자가 답합니다.
“고양이와 양을 구별할 수 있을 때 먼동이 크는 것을 압니다.”
“아니다.”
다른 제자가 답했습니다.
“무화과나무 잎과 포도나무 잎이 구별될 때 새벽이 오는 것을 압니다.”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느 때냐고 묻는 제자들에게 랍비가 말합니다.
“이웃이 네 눈에 보일 때가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오는 때이니라.”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으면서 새벽이 오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 순간이 얼마나 벅찬 지를 잘 아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에는 새 생명의 기쁨뿐만 아니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내게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과연 새벽이 오고 있습니까? 혹시 나만을 바라보고 있어 새벽을 맞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만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벽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음을 기억하면서, 진정한 새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이웃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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