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에서 해리 할로 (Harry Harlow) 의 애착형성 실험이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해리 할로는 철사로 만든 가짜 엄마 원숭이와 포근한 천으로 만든 가짜 엄마 원숭이를 만들어 갓 태어난 붉은 털 새끼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새끼 원숭이는 처음에는 젖을 주는 철사 엄마 원숭이에게 매달려 젖을 먹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포근한 천으로 만든 가짜 엄마 원숭이에게 매달려 놀며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배가 고플 때만 우유가 잘 나오는 철사로 만든 엄마 원숭이에게 달려가 허기진 배를 채웠고, 그러고 나면 또다시 말랑말랑하게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에게 달려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젖을 주는 차가운 철사 엄마 원숭이보다는 비록 젖을 주지는 못해도 따스한 느낌을 주는 포근한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위험이 닥치면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에게 달려가 그 품에 안겼으며, 그 어미를 치우면 꼼짝도 하지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침 산을 오르며 문득 저의 신앙생활이 실험을 당하는 원숭이 같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코라진이, 벳사이다가, 카파르나움이 남의 얘기가 아님을 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뜻함을 주시는 하느님만 따르며 살아온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내가 정말 보여 드리기 싫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 또한 하느님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의 이기적인 모습이 보일 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해 더 가슴 아픕니다. 늘 그래왔듯이 시간이 지나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주시는 분 또한 주님이신데 …. 산을 내려오며 다짐합니다. 내 안에 주님을 모심에 아무런 조건 없이 하자고.
신재용(원주교구 구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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