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7월 13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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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7-13 | 조회수918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7월 13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마태오 11장 25-27절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역설의 신비를 살아가는 사람들>
철부지들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들은 개념이 없다는 것,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한다는 것, 아직 세상물정 모른다는 것, 뭐가 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순종적입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아직 작고 힘이 없다보니 철저하게도 의존적입니다. 늘 부모에게 물어보고, 부모가 가자하면 가고 오라하면 옵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철이 들어가면서, 이것저것 어설프나마 배워가면서 슬슬 자기주장이 생기고, 고집도 늘어갑니다. 때로 뺀질거리며 말도 잘 듣지 않습니다. 부모가 한 마디 하면 전에는 절대 그러지 않았는데, 이젠 꼬박꼬박 말대답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미워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느끼고자 한다면, 그분의 지속적인 축복을 원한다면, 인간을 한 그분의 한없는 측은지심의 손길을 느끼고자 한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입니다.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지닌 천진난만한 성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대들고 튕기는 것이 아니라 고분고분 순종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설의 신비를 사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있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입니다. 있어 보이기 위한 세상 사람들의 투자는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부실함과 결핍과 약점을 애써 감추려고 기를 쓰니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매일의 삶이 늘 부담스럽고 피곤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없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목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는 사람들입니다. 마치 바오로 사도처럼, 마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늘 세상 사람들과 반대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세파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예를 들면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자랑했습니다. 평생 감추어두고 싶었던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 부끄러운 과거사(한때 예수 그리스도를 박해했던)를 세상 사람들 앞에 솔직히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부끄러운 과거를 지닌 사람인지를 만천하에 드러냈으며, 주님의 자비와 은총에 힘입지 않고서는 단 한 순간도 스스로 설 수 없는 철부지임을 고백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바오로 사도는 정말 바보 같습니다. 정말 철부지도 그런 철부지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감출까 기를 쓰는데, 스스럼없이 치명적인 자신의 약점을 먼저 밝혔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있어 보이려고’ 기를 썼지만,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감싸고 있던 꺼풀들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벗겨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 앞에 완전한 알몸이 되었습니다. 철부지 중의 왕철부지로 주님 앞에 선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그, 자신을 감싸고 있던 모든 이중성과 위선을 남김없이 벗겨낸 그에게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모습을 100% 드러내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두 눈으로 하느님의 실체를 명확하게 대면하는 인간으로서는 가장 큰 은총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참된 회개를 한 것입니다. 완전한 회개를 통해 드디어 지복직관,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얼굴을 직접 뵙게 된 바오로 사도의 삶은 180도 돌아서게 됩니다.
더 이상 그의 삶 안에서 불평불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은총이요, 감사였습니다.
극도의 고통과 박해 가운데서 그의 인생은 힘겨운 하루 하루였지만 그의 입에서는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하는 노래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배은망덕에서 완전히 돌아선 그는 매일 감지덕지하며, ‘백골난망이로소이다’, ‘성은이 망극하오이다’를 외치며 참 회개의 삶을 살아갔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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