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
“아버지,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지혜롭다는 자는 지혜로운 자와 다릅니다.
지혜롭다는 자는 진짜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슬기롭다는 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지혜롭다고 하고 슬기롭다고 하는 자는 예수님께서
다분히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율법을 많이 알기에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율법을 알지도 못하는 자들은 저주받은 자들이라고
당시의 보통 사람들을 깔보았습니다(요한 7,49참조).
그런데 안다는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 알뿐 다른 것은 모릅니다.
율법만을 알 뿐 사람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율법만을 알 뿐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왜 잘 모릅니까?
오늘 주님께서는 이들이 잘 모르는 이유가
아버지께서 감추시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그들이 아는 것 때문에 모르는 것일 뿐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아는 것 안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아는 것 이상의 것을 인정치 않고
그들은 자기들이 아는 것 이외의 것을 인정치 않습니다.
아는 것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음을 인정치 않고
아는 것 때문에 아는 것 너머의 초월과 신비를 인정치 않습니다.
하느님의 신비가 얼마나 높고, 깊고, 넓은지를 그들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래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알게 되겠지요.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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