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는 게 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영억신부-(마태오 11,25-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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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업 | 작성일2011-07-13 | 조회수697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
2011년 7월 13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모세가 미디안 땅으로 도망가서 양 떼를 치다가 거룩한 산 호렙에서 불타는 떨기나무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부르심을 받는다. 이제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 지도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 기쁨에 넘쳐 기도하신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안다는 사람,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철부지 같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셨음을 감사드린다. 하느님의 일은 이렇게 주님께 온전히 의지하는 천진한 어린이 같은 사람들에게서 이루어진다(복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쌓은 경험과 사회 통념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는 아직 그런 사고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사물 그대로, 본 그대로 마치 해면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러므로 시야가 언제나 신선하지요.
아는 게 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영억신부- 컴퓨터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에서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남의 개인 정보를 훔치고 사기 치며 익명을 이용하여 어이없는 글을 올리고 비난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상처를 주고 좌절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병입니다. 차라리 모르기나 하면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련만…. 아는 것이 좋은데 쓰여 힘이 될 수 있고, 능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노자는 “알면서도 모르는 게 으뜸이요, 모르면서 아는 게 병통”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당시에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배척을 당하였습니다. 소위 잘나고 똑똑한 내로라하는 사람에는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최고였기 때문에 주님의 가르침이 들어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철부지들에게는 받아들여졌습니다. 그야말로 촌놈들, 상것들, 별 볼일 없는 못난이들은 주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에게는 겸손과 단순함이 있었고 그것이 사실 세상의 희망입니다.
잘난 사람은 남을 등쳐먹으려 애를 쓰고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서로를 헐뜯고 깎아 내리지만 때 묻지 않은 철부지들은 새로운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주님께서는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마음을 열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단순한 사람을 미덥게 여기십니다. 그러므로 아는 것이 결코 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경에서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물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리키며 친숙해 지는 것, 그리고 감정을 이해하며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결국 알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을 포함합니다. 또한 남녀가 결혼을 통해 가장 깊이 만나는 것을 ‘안다’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안다고 하는 것은 당신의 사랑으로 충만히 채워주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고 하셨고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마태11,27) 고 말씀하심으로써 예수님과 하느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알려주셨습니다.
이제 그 아버지에 관해서 아들인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고 그분이 알려준 아버지를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그분을 알리기 위해서 그분을 알아야 하는데 그 첫 자세가 “어린이와 같이”(마르10,15)단순한 마음으로 주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잔머리를 굴리지 않습니다. 온전히 부모에게 의존합니다. 계산하지 않고 부모를 따릅니다. 단순하면 할수록 하느님의 뜻을 더욱 잘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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