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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들의 용서라고 하는 것들이/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14 조회수581 추천수9 반대(0) 신고

 

 

타인을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사람의 일 중의 하나입니다.

차라리 없었던 일로 생각하겠다는 맘을 가질 망정 나에게 이토록 큰 고통을 준

'너'를 맘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우러나와 용서한다는 것은 분명 또 다른 고통입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더 이상 '너'를 미워하지 않겠고 다시 하느님 안에서

진심으로 사랑하겠다는 구체적인 신앙 행위입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의 일만 달란트어치의 큰 빚을 탕감해 주시니 우리들 역시

서로의 일백 데나리온 어치의 하찮은 빚들은 기꺼이 탕감해 주면서 살아가자는 것이

복음서 상의 용서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의 죄를 아무리 용서해 준다 한들

우리로서는 결코 아쉬을 것이 없는 셈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들의 용서라고 하는 것들이 상대방의 구체적인 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미움'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한참 동안을 스스로 괴로워하면서 지쳐갑니다.

그리고는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해서 또 힘들어하지요...

용서할 것도 없는데, 용서하지 못해서 괴로워한다... 우스운 일이지 않습니까?...^^

상대는 조용한데 내 맘속에서만 온통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격입니다.

제가 신학생때 한 여자 친구가 먼길을 물어 신학원에 면회를 왔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식을 물었더니 수도원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너무 깜짝 놀라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는 것입니다.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인지라 너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 사이에 그 친구는 결혼을 하여 한 아이를 둔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밖에 나가 함께 점심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담당 신부님께 청했습니다.

수련을 마칠때까지 3년 동안은 개인적인 외출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신부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부탁을 드리면 틀림없이 허락하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한 마디로 잘라서 안된다고 하시며 면회실에서 차 한잔 대접해 주고

되돌려 보내라고 것이었습니다.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는 면회실에서 30분 정도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뒤,

차를 타고 그 친구가 떠난 길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갑자기 담당 신부님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부탁했건만 매정하게 거절해 버리다니..."

그 뒤 약 한달 정도 그 신부님을 보기 조차 싫어서 일부러 피해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신부님을 '용서해야 된다... 사제의 삶을 준비하는

내가 이런 미움속에 살다니 말도 안돼..."하는 맘도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일곱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 하셨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성체조배를 하는데, 불현듯 '내가 용서할 만한 담당신부님의

죄가 무엇이었던가?'하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 담당신부님의 죄라는 것이 결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을 충실히 하셨을 뿐 결코 저를 어떤 구체적인 어려움에

빠트릴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 신부님은 제가 그 분에 대해서 호감을 가졌을때나, 이렇게 미움을 가졌을때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그 분에 대한 내 감정만이

변했을 뿐이었습니다.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그를 내가 용서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해서 그에 대한 미움을 싹틔운

제 마음의 좁음을 한탄하고 용서를 청할 일이지요...

우리들이 그토록 어려워하는 용서라고 하는 것들이 대개의 경우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너'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또 그 비뚤어진 용서에 대한

감각으로 인하여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용서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은 너를 미워한 나'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람들은 용서할 일보다는 용서 받을 일이 훨씬 더 많은 사랑의 사람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멘!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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