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7월 14일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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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7-14 | 조회수906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7월 14일 연중 제15주간 목요일-마태오 11장 28-30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내 안에 천상 예루살렘>
형제들과 산행을 다닐 때 마다 오늘 복음을 온몸으로 묵상하곤 합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산행을 하려면 필요한 물품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물품들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만듭니다.
계획이 마련되면 이제는 짐을 싸기 시작해야죠. 먼저 각자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큰 배낭을 하나씩 준비합니다. 그 안에 별의 별 것들이 다 들어갑니다. 쌀, 라면, 밑반찬, 과일, 과자, 휴대용 버너, 코펠, 침낭, 우의, 랜턴, 미사도구, 그 외 개인 짐들...
바리바리 싸고 나서 저울에 올려보면 20-30Kg는 너끈히 나갑니다. 평지에서도 걷기가 꽤 힘든 배낭을 메고 수십Km를 오르락내리락하려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산 능선을 따라 걷다가 가끔씩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쉴 때는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그 순간의 해방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예수님은 어쩌면 꿀 같은 ‘휴식’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거운 멍에를 잔뜩 메고 가고 있는 우리 인생길에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한 존재, 먹장구름 사이를 뚫고 화사하게 나타나는 무지개 같은 존재, 갈증 끝에 만나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옹달샘 같은 존재...
하느님께서는 팍팍한 일과 속에 고생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가끔이나마 참 평화를 맛보기를 바라십니다. 지고 가는 짐이 너무 무거워 주기적으로 모든 것 내려놓고 쉬어가기를 원하십니다. 때때로 참된 평화, 제대로 된 안식을 누리기를 원하십니다. 짧은 순간의 안식을 통해서나마 잠시 피로를 씻고 새롭게 시작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의외로 사람들이 의외로 참 휴식, 진정한 안식, 제대로 된 평화를 맛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내 안에 그 누군가가 들어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면 내 삶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떡하니 내 중심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내적인 평화나 고요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당연히 기도생활이나 영적생활도 지지부진합니다.
필요한 노력은 한 가지 내 안에서 ‘그’를 쫒아내는 것입니다. 그를 몰아내고 나면 또 다른 ‘그’가 들어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그 자리를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세기 수도생활의 대가였던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그 자리를 ‘하느님의 처소’ ‘천상 예루살렘’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내 안에 하느님 나라, 내 안에 천상 예루살렘이 마련될 때 이제 더 이상 나는 다른 사람들과 사사건건 다투게 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그 누군가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내 삶을 당당하게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으며 침해할 수도 없는 작은 공간 하나 만드는데 힘써보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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