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보다 세 살 많은 삼촌이 한 분 계십니다. 30년 넘게 정신장애를 앓고 계신, 저에게는 유일한 삼촌이십니다. 삼촌의 정신장애는 제가 대학생 때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하고 열흘째 되는 날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생을 달리하셨습니다. 삼촌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을 사 가지고 오시다가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시내버스에서 내리실 때 뒤에서 오는 시외버스를 못 보신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충격이 컸습니다.
며칠 후 저는 광산촌의 학교에 발령을 받아 교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충격을 하느님께 기대어 잊어보려고 성당도 열심히 (?) 다니는 척했습니다. 성당에서 만난 아가씨와 결혼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직장생활을 하며 피곤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삼촌도 잊고 주님도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아내는 부모님과 아이들과 남편인 저를 챙기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결국 힘든 농사일과 삼촌한테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어머니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주님이 저에게 깨달음을 주심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주님이 주신 십자가를 잊고 살아왔던,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던 저 자신을 깨닫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냥 편하게 세상을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주님께서는 멍에도 얹어주시고 짐도 지워주심을 이제야 압니다. 긴 세월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보속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 30) 아멘.
신재용(원주교구 구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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