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법
프란치스코와 맛세오 형제가 길을 갔습니다.
낮밥 시간이 되어 둘은 포도밭에 들어가 포도를 따먹었습니다.
마침 주인에게 들켜서 맛세오 형제는 재빨리 도망치고
프란치스코만 붙잡혀서 흠씬 두들겨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가면서 프란치스코는 즐거워
길 가는 내내 맛세오 형제에게 말했습니다.
“맛세오 형제는 잘 먹었네,
프란치스코 형제는 잘 두들겨 맞았네.”
이 이야기는 프란치스코가 얼마나 가난을 즐기고
모욕과 고통 가운데 얼마나 기쁘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얘기지만
오늘 복음 묵상을 하다 이 얘기가 불현 듯 생각났습니다.
바리사이가 이 때 있었다면
“보십시오, 수도자라는 작자들이
어떻게 남의 것을 딱 먹습니까?”하고 따졌을 것입니다.
그러면 프란치스코는 말할 것입니다.
“남의 것이라뇨?
다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러니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배고픈 사람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필요성 앞에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인준 받지 않은 회칙 9장에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형제들은 ‘사제들밖에는 아무도 먹을 수 없었던
제단에 차려 놓은 빵을 먹은’ 다윗에 대해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필요성이 생길 때마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필요성 앞에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고,
그러므로 모든 것은 가장 필요한 사람의 것입니다.
필요한 사람이 가지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법입니다.
하느님은 자비하신 하느님이지 무자비한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법은 자비의 법이지 무자비의 법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