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2 바리사이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4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그도 그의 일행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지 않았느냐?
5 또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율법에서 읽어 본 적이 없느냐? 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7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8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마태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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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를 읽다보면 예수님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여러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시고 집에서 식사를 하시며(마태 9,9)
바리사이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하시기도 합니다(루카 11,37; 루카14,1)
자캐오의 집(루카19,1)이나 마르타에게 초대 받았을 때(루카10,38)에도 식사를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밭사이를 지나가다가 밀 이삭을 뜯어 먹습니다.
얼마전 아내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순례길에서 많은 밀밭길을 지났습니다. 대부분 파란-즉 익기 전의 밀밭이었으나 간혹 수확을 끝낸 밭도 지났고 어쩌다 다 익은 것으로 보이는 밀밭길도 지났습니다.
그 때 아내가 밀알의 맛을 본다고 이삭 가운데에서 딱 한알을 떼어 껍질을 벗기고 밀알을 씹었는데 맛이 없었을 뿐 아니라 까칠한 촉감이 입안에 남아 한동안 아내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오늘 제자들이 뜯어먹은 밀 이삭도 그랬을 것입니다. 맛도 없고 입안에 까칠한 촉감도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배가 고파서 그 밀이삭을 뜻어 먹습니다.
함께 걸으신 주님께서는 또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 완전한 신성뿐 아니라 완전한 인성을 가지셨던 주님께서도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요?
복음서를 보면 주님을 따르는 무리 가운데 바리사이들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따라다녔다(마태 16,1)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읽다가 어쩌면 그들도 처음에는 다른 유대인들이나 마찬가지로 예수님께 희망을 발견하고 주님을 따라 다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하느님께 의지하여 이스라엘을 다시 세우려는 지나친 열성이 율법을 확대해석하여 그들만의 잣대를 만들고 그 잣대로 주님의 눈에 죄 없는 이들까지도 단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 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저희도 저희의 잣대로 남을 단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서 주님께서는 남을 심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7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38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루카6,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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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으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주님께서 수난 공로로 죄값을 치루신 이들을 저희가 단죄하지 않게 하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어 저희가 주님의 심판을 받지 않고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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