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례를 받고 지금까지 주일과 대축일에 미사를 거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주일성화 의무를 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지 못함에 언제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 자신의 안이함과 편안함을 위해 그런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불혹의 나이를 넘으면서 우연히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눈코 뜰 사이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인지 …. 갑자기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2,3년간의 고민 끝에 저로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살자고 말입니다. 아내도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산다고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느냐며 흔쾌히 동의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결혼 후 지금까지 아내와는 한 번도 떨어져 살지 않았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구상해 두었던 조그만 학원을 개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주말을 거룩하게 지낼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주일만 되면 아침 일찍 미사를 끝내고 사무실에 돌아와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책상 가운데 적어놓은 말씀 한 줄을 읽습니다. 오늘 말씀이 바로 이 구절이네요.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태 12, 7)
주일성화의 의무는 교회가 만든 법을 수행하는 것에 있다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아들 예수님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신 신비를 묵상하는 데 있음을 기억합니다. ‘하느님 없이’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권고가 다시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신재용(원주교구 구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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