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렇게 자신하던 건강에도 문제가 저절로 생겼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목욕탕에서 체중계 위에 올라선 순간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겨우 170센티미터쯤 되는 키에 86킬로그램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 그래서 시작한 것이 등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주위에 산이라고 생긴 곳은 모두 올랐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도와 함께 성경 한 구절을 읽고 난 다음, 등산배낭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그 길에서 하느님을 알고 인생을 배웠습니다. 편안한 길이라고 너무 기뻐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감에 넘쳐 주위를 무시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고 항상 겸손해야 함을 배웁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활동하신 것이 아님을 등산로 묵상에서 알았습니다. 그분은 지극히 겸손한 가운데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려고 활동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지 못했음을, 저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음을 인정하며 회개합니다. 저는 그래야만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귀가 너무 얇아 남들이 지금 세상은 자기광고 시대라고 말하는 것을 믿고 저의 좋은 점만 알리려 무척 노력했기에, 약점은 감추고 장점만 과대 포장한 지난 시절이 밉기만 합니다.
겸손이란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웃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아야 하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그래야 주님의 거룩한 자녀가 될 수 있음도 배웠습니다. 오늘도 정상에서 천국을 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내 몸의 살아 있는 반응을 느끼며 산을 내려옵니다.
신재용(원주교구 구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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