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뭐간데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밀과 가라지의 비유입니다.
하늘나라의 비유가 대체로 그러하듯
이 비유도 잘못 이해하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밀과 가라지야 애초부터 종자가 다르고 그래서 영원히 다르지만
우리 인간은 처음서부터 밀로 태어나고
처음서부터 가라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지요.
만일 처음서부터 가라지로 태어났다면 우리 인간 탓이 아니고
우리가 애쓴다고 밀이 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한 것은
다른 인간을 심판하고 가려내는 권한은 우리에게 없고
그 권한은 오로지 하느님께만 있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심판을 서둘러하지 않으시고 기다려 주신다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가 심판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뭐간데 밀이다 가라지다 남을 심판한다는 말입니까?
가라지가 가라지를 심판한다고 나서는 것은 아닐까요?
가라지와 밀을 잘 가려낼 수는 있습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밀이라고 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은 가라지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서는 싫어하는 사람을 공동체에서 제거하려들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판은 주님의 권한입니다.
끝 날에 당신이 하실 것이니 우리가 깝죽대며 나서지 말라고 하십니다.
빨리 없애지 못해 안달하는 우리와 달리
힘이 있으시기에 관대하신 주님은
회개의 기회를 끈기 있게 기다리십니다.
좋은 것을 가지려는 우리와 좋은 것을 주려는 주님의 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