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곳에 욕바위라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 말을 들으면, 예로부터 가슴속에 응어리가 맺히거나 한이 맺힐 때면 이 바위를 찾아와 욕을 하던 곳이라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서민들이 한풀이를 하던 곳이며 요즘 말로 하면 가슴속의 한을 해소하는 좋은 장소였던 셈입니다. 가슴속에 원한이 남으면 다른 이를 증오하게 되고, 또한 원한을 지니면 스스로 괴로운 법입니다. 이 바위에 욕을 하고 화를 내는 것 자체로는 좋지 못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원한을 줄이거나 그 응어리를 후련하게 씻어내리게 하는 특효가 있으니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원한을 자연스럽게 해소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조상들의 지혜가 뛰어남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바위는 ‘남의 탓’ 을 하는 바위입니다. 욕바위에 올라 땀을 식히며 생각합니다.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를 위해 마을마다 ‘내 탓이오.’ 를 외치는 회개바위가 하나씩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히 찾아와 지나간 인생을 생각하며 교만하고 인색하며 음욕스러운 생활과 분노와 탐욕과 질투로 얼룩진 인생을, 또한 나태한 자기 자신을 회개하는 바위가 마을마다 하나씩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심판 날에 단죄를 받지 않도록 말입니다.
‘주님 ! 저를 주님 앞에 내려놓고 기도합니다. 봄이 오길 무작정 기다리는 새싹처럼 말없이 주님만 기다리게 해주소서. 한 생명을 천하보다 더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이 불쌍한 영혼이 주님만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돌보아 주소서.’
오늘은 성당에 들러 고해성사를 보아야겠습니다.
신재용(원주교구 구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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