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하나를 둔 후 이혼하고 혼자 사는 친척 동생이 있습니다. 그 동생이 어느 날 밤 자정이 지난 시간에 울면서 전화를 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혼자 살고 있으니 외로울 때 보고 싶은 마음이 오죽하겠나 싶었습니다.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무엇인가에 꽉 막혀버린 답답한 가슴을 뚫으려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산책길을 목적 없이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알아서 잘 살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동생이 지금 겪는 고통은 그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슬퍼하는 동생을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사랑이 특별합니다. 매우 좋은 민족성입니다. 그런데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가족이라 하더라도 사랑 없이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화롭지 못한 가족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요. 저는 그런 상황을 보면 언제나 오늘 복음을 기억하곤 합니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하느님의 뜻을 성실히 따른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참 가족, 예수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처럼 그분의 가장 가까운 가족일 것입니다. 내 가족뿐 아니라 이웃, 모든 사람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신재용(원주교구 구곡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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