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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21일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21 조회수864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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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연중 제16주간 목요일-마태오 13,10-17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늘 새내기처럼>

 

 

    대학교 1학년 신입생들, 갓 입소한 훈련병들, 신입사원들을 가리켜 요즘말로 ‘새내기’라고 합니다.

 

    새내기들의 특징은 다른 무엇에 앞서 순수하다는 것, 희망으로 부풀어있다는 것,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조심스럽다는 것, 뭐든지 배우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결국 겸손한 것입니다.

 

    그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려면 방법을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경력이 쌓여도, 새내기 때의 마음으로 늘 겸손하게 처신하는 것입니다.

 

    ‘내가 부장인데’ ‘내가 이래봬도 이 분야 전문가인데’ ‘내가 경력 30년인데’ 하지 않고, 늘 첫 마음을 간직한 채, 늘 배우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성공은 100% 확실합니다.

 

    그리스도교 안에서 여러 덕행가운데 가장 으뜸이자 기본인 덕행이라면 겸손의 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랜 교회 역사 안에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탄생했는데, 그들 가운데 겸손의 덕을 갖추지 못했던 분은 단 한분도 없습니다. 이처럼 겸손은 성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기본적인 덕행이었습니다.

 

    성인(聖人)이 되고 싶습니까? 성화(聖化)의 길을 걷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겸손의 덕을 갖추셔야 합니다.

 

    겸손의 덕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겸손의 의미는 더욱 심오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겸손의 덕을 쌓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가, 또 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은 얼마나 큰 것인가, 그분의 업적은 얼마나 위대하신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크신 하느님에 비해 나란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삼라만상을 좌지우지하시는 그분 앞에 나의 힘, 나의 능력, 나의 지식은 참으로 보잘 것 없구나, 참으로 초라하구나, 하는 사실을 체득해야 합니다.

 

    그 결과 결국 내가 아무리 뛰어봐야 그분 손바닥 안이로구나, 결국 내가 살길은 그분 자비의 품안에 안기는 일이로구나, 하며 철부지 어린이처럼 그분께로 다가서는 것이 겸손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겸손하지 못할 때, 우리 신앙의 눈은 멀어버립니다. 내 능력만 믿습니다. 내 건강만을 믿습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통장 잔고만을 믿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빽’을 믿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모든 것들은 손에 쥐었는가 하면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들입니다. 지속적인 안정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겸손하지 못할 때, 우리는 듣고 싶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립니다. 우리를 인정해주고, 우리를 칭찬해주는 달짝지근한 감미로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오늘 예수님으로부터 신랄한 질책을 받고 있는 유다인들이 그랬습니다. 자신들의 헛된 망상과 거짓 우상을 하나하나 깨트리시는 예수님의 목소리에 한사코 귀를 막았습니다. 그간 공들여 쌓아왔으나 잘못 설계된 탑이기에, 다 부서트리고 새로 쌓기 시작해야하는 탑임을 일깨우시는 예수님의 지적에 눈을 감았습니다. 키를 낮추라는, 한 걸음 밑으로 내려서라는, 늦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예수님의 권고에 등을 돌렸습니다.

 

    그 결과는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나신 메시아를 거부하는 일생일대 가장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구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은 우리의 키를 낮추는 일입니다. 우리 목에서 뻣뻣함을 빼야 합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만물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최종적으로 겸손해지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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