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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0722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22 조회수300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1년 7월 22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2.11-18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면서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들여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 머리맡에, 다른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

그들이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하고 묻자, 마리아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이신 줄은 몰랐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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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우리에게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 만난 여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 목격했던 것에 영광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축복된 여인이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그녀에게 먼저 나타나신 것은 주님 곁에 그만큼 충실했기 때문에 이런 영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분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누구보다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습니까? 주님을 처음 만났다는 그 영광에 들뜨기 보다 우리는 이 여인에게서 발견되는 몇 가지 사실로 이 부활 체험을 이해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억측과도 같이 간음하다 잡힌 여인이라든지 창녀로 보는 견해도 지워지지 않고 있지만 그녀가 마귀들렸다 주님께서 구해주셨다는 사실 역시도 그녀의 좋은 과거는 아닙니다. 스스로 죄인의 길을 걸었거나 약한 몸에 마귀에 시달렸다는 것 모두가 사람들에게는 한결같이 하느님에게서는 거리가 있는 삶의 주인공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복음 속의 치유는 주님께 받은 은총과 사랑으로 비춰지지만 우리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한 번 죄인이었던 이를, 그리고 한 번 마귀들렸던 이를 다 낳았다고 전의 기억을 없애주거나 지워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스스로 신분을 감추고 전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한 죄인이란 딱지는 낙인처럼 사람에게 붙어 다닙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그렇게 지금도 우리의 기억 속에 주님보다는 '죄인', '마귀' 라는 단어와 더 가까운 사람이 되어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주일 아침에 그것도 아직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의 무덤에 갔다는 말로 오늘 복음은 시작됩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지만 당시 이 무덤은 시신조차 손댈 수 없는 병사들이 지키는 막대한 죄인의 무덤이었습니다. 그 주변에 다가가는 것 자체만 해도 의심을 살 만한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곁에 마리아는 다가갑니다. 세상이 내린 최고의 죄인 곁에 그 죄인에게 사랑을 받은 죄인이 다가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가장 어울리는 만남일 수 있습니다. 이 여인에게 주님은 죄인이실리 없고 본인 스스로도 더 이상 죄인이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세상이 죽음으로 내몬 하느님과 그 하느님이 사랑하셨던 세상이 버린 죄인의 만남이 그분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는 무덤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죽음으로써 예수님의 모든 것을 없는 것, 혹은 잘못된 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 때문에 그분에게서 치유를 받았든, 용서를 받았든, 가르침을 받았든 관계 없이 그 모든 것을 헛된 일, 없었던 일로 만들려 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그 일의 주인공이었고 분명한 치유와 용서와 사랑의 증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없던 일로 만든 일이었기에 마리아는 세상에 여전한 마귀들린 여인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도착한 마리아에게 예수님이 나타나셨다는 것은 부활 체험에 대한 영광을 생각하기 전에 세상이 죄인으로 되돌려 놓은 이를 다시 구해주셨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그 감동적인 체험은 식어버린 육신의 무덤에서의 통곡과 사라진 시신으로 비어버린 좌절스런 무덤에서의 허탈함을 이기는 한 마디로 이루어집니다. 



“마리아야!” 


이 말 한마디에 마리아는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눈 앞에 나타나셨지만 알지 못했던 예수님의 부활은 자신을 낳게 하셨던 그 때 그 목소리로 회복합니다. 주님의 다시 살아나심을 기뻐하는 찬양의 목소리 보다 자신을 부르시던 예수님에게 마리아는 반사적으로 대답합니다.


“라뿌니!”


첫 부활의 체험은 예수님 부활의 증거가 되기보다 세상이 예수님을 없애면서 다시 세우려 했던 죄인에 대한 편견을 되돌려 놓은 일입니다. 주님이 하시려던 일이 여전히 계속되고 변함없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맨 처음 목격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수도 없이 우리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이야기하지만 그 이후로 그녀의 이름은 잊혀져버립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첫 부활 목격은 이 한 사람에게는 세상이 평생 씌우려고 했던 굴레를 벗어나게 만드는 사건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원래 예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분의 사랑은 부활 전에도 부활 후에도 여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이 말씀으로 마리아는 예수님의 부활의 첫 증인이 되어 예수님의 부활과 사도들의 복음 전파가 이어지게 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이 사건들이 끊어짐과 다시 이어붙이는 식이 아니라 변함없이 유지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부활 전과 부활 후를 달리 보려는 시각들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복음 속에서 예수님은 세상에 계실 동안 늘 한결같은 단 하나의 진리만을 가르치셨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그것이며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릅니다. 오히려 달랐던 것은 세상이 그분을 대하는 가치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 마저 끊임없이 우리가 내린 판단과 편견으로 평생 죄인으로 가두어 버리려는 놀라운 고집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사랑을 없애고 묻어서 우리의 나쁜 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믿었지만 부활은 우리 손으로 못박은 이가 다시 살아나 다시 사랑을 함으로써 깨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여전히 죄인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을 회복하여 그분처럼 사랑하며 살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여전히 우리는 그녀의 어두운 기억들만을 머리 속에 그리지만 그녀는 지독히도 운이 좋았던 여인이 아니라 주님으로부터 이미 죄인이 아닌, 마귀들린 여인이 아닌 사랑스럽고 행복한 인생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녀가 부활을 목격하고 기쁨에 차서 제자들에게 전한 말을 되뇌어 봅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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