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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1-07-23
조회수
658
추천수
15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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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No, if you pull up the weeds
you might uproot the wheat along with them.
Let them grow together until harvest;
(Mt.13,29-30)
제1독서 탈출 24,3-8
복음 마태오 13,24-30
요즘 제 부모님께서는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하고 계십니다. 글쎄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로 인해서 한 달 동안 꼼짝을 못하시고 집에만 계셔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두 분 모두 여든이 넘는 고령이시고, 또한 집 층수가 13층이다 보니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출하시기가 영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젊은 저도 13층까지 올라가기가 힘든데 연세 드신 부모님께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과일을 비롯해서 몇 가지 먹을 것을 싸들고 부모님 집에 갔습니다. 역시 아직도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계단을 통해 부모님 집으로 가는데, 계단 난간에 너무 많은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는 것입니다. 어른 자전거, 아이들 자전거 할 것 없이 많은 자전거들이 커다란 자물통으로 난간에 채워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자전거들로 인해서 난간을 붙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사실 부모님께서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할 때, 이 난간은 다리에 힘이 떨어지신 부모님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난간을 잡아야 힘들게나마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곳곳에 세워진 자전거로 인해 위험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보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이 난간의 중요성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모님께서 난간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난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자신의 집 안에 들여 놓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미움의 감정이 저절로 생기게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르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밖에 세워놓지는 않을 텐데요.
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우리가 할 일이 참으로 많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배려이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들은 나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불편한 것은 절대로 안 되고, 남이 불편한 것은 그것도 못 참느냐며 화를 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모습인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들을 배려해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시지요. 혹시라도 쓸모없는 가라지를 제거하다가 멀쩡한 밀을 뽑아버릴 것 같아 추수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최후의 심판 때까지 기다리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우리들을 배려해주시는 주님인데, 주님을 따른다고 말하면서도 왜 그렇게 배려하지 못하고 나만을 생각할까요? 배려하지 못하는 삶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내 모습은 좋은 밀의 모습이 아니라, 해를 입히는 가라지가 되어 결국 뽑혀 버려지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나눌 줄 알아야 높아진다. 물을 나누어 주는 구름은 높이 있고 물을 저 혼자 간직하는 바다는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인도격언)
함께 산다는 것
이렇게 주님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여름방학이라 그런지 조금 한가한 편입니다. 특히 이 기간에는 강의 부탁도 전혀 없기 때문에 더욱 더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그래서 문득 ‘클래식 공연이나 보러갈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연주자 공연의 R석 티켓이 자그마치 15만원인 것입니다. 제가 워낙 클래식에 문외한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주자의 얼굴이 아주 생소하더군요. 그런데도 이렇게 비싼 가격에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다시금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매진이었거든요.
만약 이 연주자가 전혀 홍보하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공연을 한다면 그때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비용을 내고서 보러 올까 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지하철에서 허름한 티셔츠를 입은 채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40분 동안 연주를 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모금을 했는데, 그때 모은 액수가 겨우 32달러에 그치고 말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나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자기 멋에 도취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며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나의 재능도 나의 능력도 너와 우리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함께 살아가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내님의 사랑은 - 故 이태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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