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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마가 기다리는 것 /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26 조회수487 추천수8 반대(0) 신고
 
 

토마는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입니다. 그렇지만 제법 추위가 느껴지는 요즘에도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길가에서 보내야 합니다.

아마 엄마 혼자 길가에 앉아 있으면 수입이 반도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토마는 항상 집시 엄마의 곁에 꼭 붙어 앉아서 길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엄마 무릎에서 잠도 자고 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학원가는 길에 토마를 만납니다. 매일 아침 백원, 아니면 이백원 정도를 준비해서 그의 손에 쥐어 주며 악수를 하고 말을 건네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오늘 아침은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 토마 없이 엄마만 길가에 앉아있었습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여느 때처럼 토마 아빠가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토마는 왜 보이지 않나요?”

“독감에 걸려서 집에 두고 나왔어요.”

저처럼 토마 역시 요즘 유럽에 유행하고 있는 독감에 걸린 모양입니다. 형이라도 있어서 토마를 돌봐주고 있는지를 물어보지 않아서 하루 종일 토마가 뭐하고 있을까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간난 아이였을 때부터 다 성장할 때까지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고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무 하다시피 할 토마에게 펼쳐질 삶은 어떤 것일까요?

제가 지금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결코 제 힘만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는 죽을 때까지도 결코 다 갚지 못할 부모님을 비롯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토마와 저는 애초에 주어진 상황부터, 살아가면서 부여받게 되는 기회부터 다릅니다.

물론 소유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까지 토마는 엄마와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고, 행복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서히 다른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사는 집이 다른 것을 보고, 입는 옷이 다른 것을 보고, 먹는 음식이 다른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 것입니다. 도대체 왜?

하느님이신 분이 인간이 되어 세상에 오실 그 신비와 의미를 묵상하는 대림시기입니다. 대림시기는 우리의 육신과 영혼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실 주님과, 그 분이 생명을 나누어 주심으로써 비로소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그저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때는 아니겠지요. 그 분과 그 분의 나라가 오실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다른 때보다 더욱 애쓰는 때가 되어야 합니다.

그 분은 둘이나 셋이 모여서 기도하는 곳에, 그 분의 가르침에 따라 '내 몸처럼 내 이웃들을 사랑하는 곳'에 오십니다.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토마가 존재합니다. 사랑은 관심이며 나눔입니다.
그들과 함께 더 나은 상황과 기회를 나누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실천하는 대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다시 토마가 세상의 전부인 엄마와 함께 길거리에 앉아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만약 토마가 그 곳에 있다면 평상시보다 훨씬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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