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속의 손수건을 꺼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동전이 와르르 쏟아지더니
그 중 하나가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갔다.
무릎을 끓고 허리를 숙여 동전을 찾으려고 침대 밑으로 고개를 밀어 넣는 순간 꺅~~~ 소리 지를뻔 했다.
1월의 크리스마스를 한번 더 지내도 충분할 만큼의 풍성한 까만 솜(먼지)들이
침대 밑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
그 놀란 가슴이란......
둔탁한 철제 침대며 50년은 족히 됐을 법한 장롱을 끌어내어 밑바닥을 쓸고 닦는다.
도저히 그 먼지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떨어내고 쓸어내야만 직성이 풀리고 내 건강에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청소를 해 왔기 때문에 난 그저 깨끗한 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눈에 보이는 것이 내 삶의 전부라고 믿고 싶은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내 삶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두 배, 세 배, 열 배나 많은
내 마음 안의 침대 밑과 함께 오늘도 굴러간다.
겉으로는 밝게 표현되고 있지만 나 혼자만이 아는 영적 어두움은과 내 삶의 부정적인
부분은 바로 그 쓸고 닦지 않은 침대 밑에서 항상 흘러나온다.
앞으로도 자주 동전이 침대 밑으로 굴러 갔으면 좋겠다.
침대 밑으로 동전이 굴러 들어가는 것을 짜증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일부러 연출을 해야 할만큼 우연치고는 너무나 필요한 우연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 안에도 그렇고 내 삶안에도 그렇다.
역시 내 마음을 쓸고 닦는 것은 동전이 침대 밑으로 굴러가는것 처럼
마치 우연처럼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고 그 유한함이 바로 하느님의 모상을 닮았지만 하느님과 다른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항상 당신 스스로를 침대 밑으로 굴려들어가심으로 인간의 한계를 무한으로 넓혀 주신다.
깨달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 침대 밑을 보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누군지를 잘 알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침묵하는 사람이다.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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